'세월이 유수와 같다'라는 생각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조급함을 느낀다. 언제나 '바쁘다, 바빠, 빨리 빨리' 하면서 살아왔다.
복사기에 서류를 넣고 copy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문서가 출력되어 나오는 곳에 손을 대고 "왜 빨리 안 나오는 거지?"라면서 기다린다.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뭔가를 검색할 때도 동그라미가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다. "뭐가 이렇게 느려?"라고 하면서 바로 새로 검색을 누른다. 이런 조급함은 나뿐만 아니라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대부분 있을 것이다. 오죽하면 '디지털 조급증'이라는 단어까지 있으랴. 이런 증상이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 서울 백병원 우종민 교수는 '디지털 기계의 발달로 개개인의 정보처리 능력이 늘면서 생긴 스트레스성 질환'이라고도 했다. 즉,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다 보니 타인이나 자신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럼 이런 조급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득 여유라는 두 글자를 생각하게 된다. '여유'의 어학적 의미는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넉넉해 남음이 있는 상태, 또는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 또는 대범하고 너그럽게 일을 처리하는 마음의 상태를 이야기한다.
모든 것이 너무 급하면 스트레스도 더 받게 되고 속도전 속에서 삶의 의미도 놓쳐버리게 될 수 있다.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자신을 위하여 호흡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가족들과 여유롭게 저녁식사를 하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고 친구들과 카톡이 아닌 전화로 그간의 안부를 묻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지금 하고자 하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 아산=김려화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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