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노은중 표란영 교사 |
텅빈 거리, 텅빈 카페, 일찍 문닫은 가게 등 낯선 거리풍경에 이제는 꽤 익숙해져 있다. 학생들에게 좀 더 면역력 있는 생활을 도모하고자 프로젝트 수업을 구상하였다. 불안과 막막함에서 잠시 벗어나 좀 더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재밌는 실기 수업을 계획하였고 작년에 못다한 실기 수업을 만회하기 위해 네 가지 영역의 작품 제작을 하기로 하였다. 3월부터 6월까지 한 주제로 네 가지 영역 배우는데 인공지능 앱을 통한 평면표현, 과거부터 미래의 자신에 모습을 담은 입체표현, 그리고 현재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가면 만들기, 세 가지 표현작품을 활용한 동영상 제작하기를 하였다. 스마트기기를 검색 도구로 사용하고 자신의 핸드폰 카메라를 통해 사진과 동영상 편집을 부지런히 배워 함께 제작하였다. 개별작품과 공동작품이 함께 나왔다. 정말 재밌었다.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생활하며 여행도 가고 싶어 하는 내용의 자화상,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며 만든 자소상(피규어)들 그리고 현재 코로나 상황들을 색, 그림, 다른 재료들로 사람들의 표정을 가면에 담았다. 정말 다양한 내용의 동영상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끼리만 보기에 아까운 동영상이지만 학생들과 함께 보며 즐거워했다. 남학생들은 가면을 쓰고 하는 몸 연기를 슬로우 모션으로 제작하였고, 여학생들은 평면, 입체표현작품을 이용하여 스톱모션기법의 애니메이션을 많이 만들었다. 핸드폰의 앱으로 뚝딱 편집해내는 요즘 학생들의 기량이 감탄스럽다.
학생의 표현의도를 소개하자면 이렇다. "코로나로 혼란스러운 세상을 표현하려고 하였고 그로 인한 예전과 달라진 지금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이 혼란스러운 세상을 극복하길 바라는 소망을 영화 예고편처럼 표현하였다", "뉴스에서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일하시는 의료진분들을 보고 인상적이어서 이번 가면작품에 표현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다가 옆에 케이크를 포장한 플라스틱 뚜껑을 보고 이걸로 고글을 만들자고 마음 먹었다. 다 만들고 나니 생각보다 잘한 것 같아서 내 자신에게 칭찬을 했다. 코로나 시대의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분들의 힘듦을 모두 알기를 바라며"
이러한 소감 속에서 사회 속의 나를 경험한다. 학생들의 변화 된 모습, 감사한 마음을 새기는 모습을 보며 행복했다.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엔 학생 350명의 과거, 현재, 미래가 모두 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고 서로를 채워가며 따뜻한 사회의 시민으로 커가길 바라며, 아이들의 손때 묻은 작품을 한컷 한컷 사진으로 남겨둔다. 기말고사가 끝났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전시된 미술실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교실 한켠에 마련된 레고 놀이터에서 마음 편하게 친구들과 16살의 사춘기 시절의 추억을 만들며 방학을 맞았다. 이제 그 더웠던 여름도 지나고 가을장마에 개학을 준비하고 있을 학생들을 생각한다. 2학기에는 미술사로 학생들과 또 좋은 추억을 쌓아야 할 텐데… 다시 고민 속에 있다.
표란영 대전노은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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