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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져 운영난을 겪고 있는 유치원들 속에서도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그야말로 '무풍지대'인 셈이다.
25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총 19 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학원 대부분은 일반 유치원보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내세워 학부모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구 2곳, 서구 9곳, 유성구 7곳, 대덕구 1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서구와 유성지역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100만 원이 훌쩍 넘는 원비에도 불구하고 원한다고 곧바로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몰리고 있다.
이처럼 학부모들이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른바 말하기 중심의 친밀도 높은 '영어' 때문으로 보인다.
하루 서너시간씩 영어로 노래 부르고 동화도 듣고, 외국인 교사가 진행하는 수업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영어로 듣고 말하는 게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실제 맘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들 학원에 대한 정보와 내년도 유치원 선택을 위한 의견을 묻는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인기를 끌고 있는 학원의 경우 레벨 테스트를 진행하는가 하면, 다음 달 진행되는 온라인 입시설명회에 참석해야만 예약이 가능하다. 또 다른 곳은 이른바 초 단위 입금자 순으로 원생들을 선발 할 정도다.
대부분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은 신청 인원이 모집인원 보다 많은 탓에 이처럼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선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이 곳은 흔히 '유치원'으로 불리지만 사실상 고액 영어학원이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정규 유치원 과정인 누리과정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편성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식 유치원과 달리 유아 대상 사설 학원으로 분류돼 법적으로 학원법에 적용된다. 사실상 주로 미취한 아동들에게 교육과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학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과열된 영어 입시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모국어에 대한 개념도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 다른 언어를 교육하는 일이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역효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교육계 한 인사는 "과열된 영어 몰입교육이 취학 전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유아 영어 사교육 시장의 과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대부분 놀이와 활동 위주로 운영되는 누리과정과 달리 유아 영어학원의 교습은 장시간 학습으로 이뤄져 유아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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