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일보 강제일 기자 |
이날 세종의사당법이 운영소위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자칫 장기표류가 우려되기 때문에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충청 여야의 비장함 마저 묻어났다.
앞서 여야 지도부의 지원사격 발언이 있었음에도 보수야권 일각에서 여전히 반대 의견이 감지되면서 일각의 방심도 허용키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회의실 앞에는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 홍성국 의원(세종갑), 강준현 의원(세종을), 이태환 세종시의회 의장 등 지역 정치권이 총집결했다.
이들은 민주당 한병도(익산을) 국민의힘 추경호(대구달성) 의원 등 여야 간사와 운영위원이 속속 회의장에 입장할 때마다 "잘 부탁합니다"라며 허리를 90도로 굽히기를 반복했다.
이날 소위 통과 기회를 놓칠 경우 9월부터는 여야가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전환하고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 일정이 본격화 되면 더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행동으로 읽혔다.
당부의 말을 들은 여야 위원들은 눈을 마주치면서도 법안 처리에 합의하겠다는 확답은 주지 않자 지역 정치권은 얼굴이 굳어지기도 했다.
9시 소위 회의가 시작되자 긴장감은 더욱 증폭됐다. 로비에서 이른바 '뻗치기'를 하고 있던 충청 정치권은 회의장 안에서 얼핏 고성이라도 들릴 때면 자칫 어렵게 마련된 여야 논의테이블이 깨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회의 시작 뒤 1시간 여 지나 야당 일각 소식통으로부터 운영위 소위에서 진행하는 세종의사당법 논의가 이견이 생기고 있다는 '첩보'가 전달되기도 했는 데 "이번에도 결국 안 되는구나"라는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운영위 소위 회의장 문에 갑자기 열리고 한병도 소위 위원장이 이춘희 세종시장을 황급히 찾기도 했다. 한 위원장은 이 시장을 로비 구석진 곳으로 데리고 간 뒤 한동안 귓속말을 주고받았고 다시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다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로부터 20~30분 뒤 회의장 안에서 '땅땅땅…' 의사봉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고 소위 여야 위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1시간 30분 넘게 긴장감으로 대기했던 충청 정치권과 언론에 이들은 "잘됐습니다",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건넸다.
여야 위원들의 입을 주시하던 로비 곳곳에선 "아…"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세종의사당법 입법을 위해 전력투구 했던 그동안의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리면서 나온 추임새인 듯했다.
국가균형발전 백년대계이자 충청의 염원이었던 국회법 개정안 입법화를 위한 최대 난관인 운영위 소위를 통과해 사실상 세종의사당 설치가 확정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이 시장은 한 위원장이 귓속말로 나눈 대화는 야당 측에서 국회법 개정안 조문에 국회 분원이라는 표현을 쓰자고 주장한 것을 여당이 받아들일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중도일보에 설명했다. 여야 합의로 세종의사당법엔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분원으로 세종의사당(이하 국회세종의사당이라한다)을 둔다'라고 명시됐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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