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역 성매매 집결지에서 이른바 '성지'라고 불리던 한 업장이 문을 닫았다. 중앙동 일대를 오랜 시간 주름 잡았던 업소였기에 그 파장은 컸다. 집결지 존폐를 뒤흔들 수 있는 신호이자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중앙동 일대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촉구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단속 권한이 있는 대전경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주 두세 번 현장단속을 진행했고, 범죄 수익(성매매 수익) 몰수 등 폐쇄를 위한 심도 있는 정책을 고민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전역 인근 중앙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성지'라고 불렸던 한 업장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경찰 단속 이후 밤이면 여전히 불이 켜져있다는 업소. 단속만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진=김소희 기자 |
2008년 경찰력을 중심으로 중구 유천동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했다. 시도는 좋았으나 후속조치로 행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유천동은 다시 슬럼화되고 있다. 단속이 절대적인 능사는 아니다는 경험이 밑바탕에 깔린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단속에 걸린 한 업장은 '대전 중앙동 일대의 성지'라고도 불렸다. 관계 당국에서 손을 놓고 있으니, 성매매 업소가 이렇게 호황을 누리기도 하더라"라며 허탈해했다. 그러면서 "현장 단속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출석 요구서를 보내고 조사하고 있는데 단속이 모든 결 해결해주진 않는다. 실질적인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성매매 현장이 없어져야 하고, 열악한 환경에 놓인 여성 종사자들의 탈출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속하고 처벌하고, 또 단속하고 처벌하는 과정에서 피해는 업주가 아닌 여성들에게 고스란히 쏠리기 때문이다. 단속하고 처벌한 뒤에 예방책이 없으면 여성들은 성매매라는 그늘로 유입될 수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집결지 일대에 도시재생이 이뤄지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도시재생은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라며 "하지만 중앙동 일대에 사람이 유입되고 성매매 집결지의 뿌리를 뽑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전에는 그런 제도가 부족하다. 경찰 단속과 함께 행정기관에서도 성매매 집결지라는 그늘 안에 있는 이들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여성 종사자들에게 자활단체를 소개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었다. 일자리와 상담 등 지원이 가능한 단체를 여성들에게 소개해주고 참가한 여성들에게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확인서는 당신이 삶을 바꾸려는 노력을 했기에 검찰 송치 시 최대한 참작되도록 하겠다는 증거 자료인 셈이다.
단속 현장의 얘기는 상상 이상이다. 어머니가 하던 성매매 업소를 아들이 이어받기도 하고 폭력과 채무 관계가 있는데도 여성들은 보복이 두려워 진술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단속이 무색하게 영업을 이어가는 업소도 있다. 낮에는 폐쇄한 듯 불 꺼놓고 밤에는 불을 켜두며 단속을 속이려는 행위는 빈번했다.
대전경찰청은 오랫동안 업소 또는 집결지를 운영해 온 업주들은 반드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성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은 범죄 수익으로 판단해 궁극적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문상호 대전역 성매매 집결지 폐쇄와 재생을 위한 시민연대 대표는 "대전시가 대전역세권이 100년 만에 새로운 도시로 변모한다고 하지만, 대전역 바로 맞은 편 중앙동 일대에 성매매 집결지가 존재하는 한 의미 없다"며 "아직도 시는 관 중심으로만 해결책을 내놓으려 하는데, 시민단체와 당사자까지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며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조례, 지원책 등의 장치가 마련되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앙동에서 성지라 불렸던 업소는 여관 형태로 집결지 내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사진=김소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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