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徐(천천할 서), 母(어머니 모), 正(바를 정), 義(옳을 의)
출처 : 나관중(羅貫中)의 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
비유 : 나라에 대한 우국충정(憂國衷情)과 자식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함
서서(徐庶)는 유비(劉備)의 막료(幕僚)를 지냈으며, 자(字)는 원직(元直), 이름은 복(福)이었으나, 성장한 후 뜻이 있어 서(庶)로 개명하였다, 출신은 영천(潁川)이다.
어려서는 가난하게 자랐지만 검술과 학문을 익혔고, 의협심이 강해 한 때 친구의 원수를 대신 갚아주고 붙잡혔다가, 그 친구의 도움으로 탈출한 적도 있었다. 그 후 느끼는 바가 있어 이름을 서(庶)로 바꾸고 무예 대신 학문에 매진하여 당대 최고의 재사(才士) 제갈량(諸葛亮)과도 친분이 두터울 정도로 당시 현사(賢士) 중의 한 사람이다.
서서(徐庶)는 한(漢)나라 말기 어지러운 나라를 구제하기 위해 자기의 뜻을 펼치려 영웅을 찾아다녔다. 그는 먼저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와 접촉했으나 그의 인물됨이 마땅치 않아 그를 떠나 유비의 군사(軍師)가 되어 조조(曹操)와 대항하게 되었고, 조조와의 일전에서 승리하므로 유비를 영웅적인 지도자로서의 존재로 부각시켰다.
한편 조조는 유비의 영웅적 기질을 간파하여 늘 경계하는 상태인데 거기다가 서서가 유비의 참모가 되니 더욱 걱정스러웠다. 이를 본 조조의 참모 정욱이 간특한 꾀를 내어 그 어머니를 이용하여 서서를 조조의 진영으로 귀속(歸屬)하도록 일을 진행하였다.
그들은 서서의 노모(老母)를 잘 대접하는 한편 노모의 필적을 빌려 '어머니가 조조에게 잡혀 곧 죽음을 당하게 되었으니 당장 와서 어머니를 구하라!'라는 조작된 편지를 써서 보내게 되었고, 이 편지를 받은 서서는 눈물을 흘리며 유비에게 사실을 이야기하고 유비를 떠나 조조 진영으로 귀속하게 된다.
이에 조조는 서서 노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직접 방문하여 정중히 인사드리고 잘 모실 것을 약속한다. 노모는 조조에게 "유비는 어떤 인물입니까?"라고 묻는다. 조조가 대답하길 "시골 땅에 살던 보잘것 없는 소인이온데 망령되이 황숙(皇叔/황제의 숙부)이라고 자칭하면서 전혀 신의(信義)가 없는 자입니다. 그야말로 겉으로는 군자요, 안으로는 소인이올시다."라고 답변하니 노모가 크게 노하며 하는 말이 "네 이놈 조조야! 네 거짓말이 너무 심하구나. -중략- 네 이놈! 우리 아들더러 역적인 너를 도와 달라고 하느냐? 상판을 들어 부끄러운 줄 모르느냐!" 그리고는 벼룻돌을 번쩍 들어 조조의 얼굴을 향해 던진다. 정말 강직하고 정의로운 노인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서서는 유비의 인물됨을 높이 평가한 후 어쩔 수 없이 유비를 떠나면서 자기 대신 그를 도울 사람 '와룡(臥龍)과 봉추(鳳雛)'를 천거하고 아쉬운 작별을 한다. 그리고 조조의 진영으로 가서 조조를 만나 인사한 후 어머니를 뵈러 집으로 들어갔다.
서서는 당(堂)아래서 절하며 울면서 "어머님 불초자 서(庶)가 돌아 왔습니다." 서서의 어머니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자 깜짝 놀라 당 아래로 뛰어 나오면서 하시는 말씀이 "네가 어찌 여기 왔느냐?" 서서가 대답하길 "그동안 저는 신야(新野)에서 유비를 섬기고 있었사온데 어머님께서 보내신 편지를 받고 밤을 도와 달려온 것입니다." 서서의 말을 듣자 어머니는 발연히 노했다.
주먹을 들어 책상을 치면서 아들을 꾸짖는다. "욕된 자식이 강호를 돌아다닌 지 여러 해 만에 제 처신하는 공부가 좀 나아진 줄 알았더니 도리어 처음만도 못하단 말이냐? 너는 일찍이 글을 읽어서 나라에 충성하는 일과 집에서 효도하는 일이 양전(兩全)되지 못하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네 어찌 한꺼번에 충신 노릇도 하고 효자 노릇도 할 수 있느냐! 조조는 기군망상(欺君罔上)하는 역적이요 유비는 인(仁)과 의(義)로 온 세상에 이름 높은 사람일 뿐 아니라 한실의 후손이다. 네가 그를 섬겼다 하니 주인을 잘 만난 셈인데 한 조각 거짓 편지를 읽고 자세히 살피지도 못한 채 밝은 곳을 버리고 어두운 곳으로 찾아와서 스스로 악(惡)한 이름을 취했으니 참으로 어리석은 놈이다. 내가 무슨 면목으로 너를 대해 보겠느냐 너는 공연히 천지간에 나서 조상을 욕되게 하는 자이다."라고 하니 서서는 땅에 엎드려 어머니의 꾸지람을 들으며 감히 고개를 들어 우러러보지 못한다. 어머니는 노기 가득하게 아들을 꾸짖고 병풍 뒤로 들어간다.
얼마 뒤에 집안사람이 급하게 나와 고한다. "노부인께서 보에 목을 매어 돌아가셨습니다." 서서는 어머니의 주검을 보고 땅을 치고 통곡한다. 그는 기절되었다가 얼마 만에 다시 소생되었다.
이 고사는 요즈음 시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아마 시대가 맞았다면 유향(劉向)의 열녀전(列女傳)에 기록되어 후세까지 신사임당처럼 모범된 훌륭한 어머니상(像)으로 오래도록 기억되었을 것이다.
인류의 거친 역사는 대부분 남자들의 전쟁역사에 의해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왕조의 창업이 그러했고, 침략과 수성(守成), 이어 경장(更張)의 역사는 분명 남자들에 의해 이룩된 역사다. 그러나 그 내면 깊숙이에는 어머니와 아내의 조용하면서도 강인한 교육과 내조가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모두 공감할 것이다.
역사 속에서 순(舜)임금의 두 아내, 문왕(文王)을 낳아 기르고 주나라의 토대를 탄탄하게 다져 놓은 주(周)나라 삼모(三母), 맹자의 어머니, 율곡의 어머니, 서서의 어머니 등의 아들에 대한 참 교육은 올바르면서 결코 악(惡)과 타협하지 않는 강한 남자를 길러내는 현숙한 어머니와 아내 역할 때문임을 잘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는 격언대로 소인(小人)이면서 군자(君子)인척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임금을 속이고 상관을 함부로 대하는 소인임이 분명하다.
『不顧義理之得失而一以謀利計功爲心者小人(불고의리지득실이일이모리계공위심자소인)
의리에 맞는가는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이익과 공적만을 생각하는 자는 소인이요
不顧人之是非而一以正義?道爲心者必君子(불고인지시비이일이정의명도위심자필군자)
남들의 시비를 살펴보지 않고 오로지 정의와 도리를 생각하는 자는 분명히 군자이다.』
서서의 어머니에게서 받은 교훈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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