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원클럽맨의 조건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원클럽맨의 조건

  • 승인 2021-08-24 16:45
  • 수정 2022-04-29 19:35
  • 신문게재 2021-08-25 18면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clip20210824092548
올여름 세계 축구계는 오직 한 명의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재계약 여부를 놓고 구단과 이견이 벌어지면서 메시의 이적이 공론화된 것이다. 유럽 축구팬들 특히 FC바르셀로나 팬들에게 메시의 이적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메시는 프로무대 데뷔 후 최근까지 바르셀로나의 줄무늬 유니폼을 벗은 적이 없다. 그가 다른 유니폼은 입은 모습은 조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으로 뛰는 순간뿐이었다.

바르셀로나의 메시는 특정 소속팀과 선수가 아닌 한 단어의 고유명사처럼 여겨졌다. 바르셀로나가 곧 메시였다. 20년 전 유소년 선수였던 메시가 레스토랑 냅킨으로 만든 계약서에 서명하며 시작된 극적인 인연을 끊은 것은 역시 돈 때문이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 중인 '비율형 샐러리캡'이 2013~2014시즌부터 시행되면서 몸값이 비싼 선수들 데리고 있는 구단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르셀로나 같은 인기구단은 안정된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입장수입을 비롯한 마케팅 수익이 급감하면서 구단 운영에 큰 어려움에 닥친 것이다. 메시는 자존심을 접고 연봉을 절반 이하로 받고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그는 원하지 않는 이별을 결정했다. 바르셀로나의 원클럽맨으로 남길 바랐던 팬들은 구단을 행해 큰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난을 쏟아냈다. 로마의 토티처럼 멋진 은퇴식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상상했던 바르샤 팬들에는 큰 충격이었다.

K리그도 메시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원클럽맨들이 있다.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1992년 데뷔 후 2004년 은퇴까지 줄곧 성남에서 401경기를 뛰었고 김현석 감독이 1994년 울산에서 데뷔해 은퇴까지 371경기를 뛰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과거 원클럽맨이 있었다. 시민구단 시절 대전의 골문을 지켰던 최은성 골키퍼다. '수호천황'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최은성은 1997년 대전시티즌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했고 2009년 4월 프로통산 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고, 단일팀 선수로 개인 통산 최다 출장 신기록 464경기를 출전했다. 최은성의 기록은 K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으로 불리기에 충분했으나 역시 돈이 문제였다. 2012년 구단과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서 고향이나 다름없었던 대전을 떠나게 됐다. 팬들은 '최은성이 대전이고 대전이 최은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를 잡으려 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프로선수에게는 명예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뛰는 사람들이다. 본인 인생에 있어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 한계가 있기에 뛸 수 있을 때 많이 뛰고 벌어놔야 한다. 메시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팀의 전설이라 하더라도 결국 돈이 없으면 가장 아끼는 선수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그 팀이 아무리 명문클럽이라 해도 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한화그룹 충청지역봉사단, 김장나눔 대축제로 이웃사랑 실천
  5. 모로미찬본점 김난영 대표,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가입
  1.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6강 연저지인
  2.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3. 국제휴먼클럽! 어려운 이웃과 장학생에게 따뜻한 사랑 전하다
  4. 소비자 분쟁 발생시 1372를 눌러주세요!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2월3일 화요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