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의 메시는 특정 소속팀과 선수가 아닌 한 단어의 고유명사처럼 여겨졌다. 바르셀로나가 곧 메시였다. 20년 전 유소년 선수였던 메시가 레스토랑 냅킨으로 만든 계약서에 서명하며 시작된 극적인 인연을 끊은 것은 역시 돈 때문이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시행 중인 '비율형 샐러리캡'이 2013~2014시즌부터 시행되면서 몸값이 비싼 선수들 데리고 있는 구단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행히 바르셀로나 같은 인기구단은 안정된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입장수입을 비롯한 마케팅 수익이 급감하면서 구단 운영에 큰 어려움에 닥친 것이다. 메시는 자존심을 접고 연봉을 절반 이하로 받고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결국 그는 원하지 않는 이별을 결정했다. 바르셀로나의 원클럽맨으로 남길 바랐던 팬들은 구단을 행해 큰 실망감을 드러내며 비난을 쏟아냈다. 로마의 토티처럼 멋진 은퇴식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상상했던 바르샤 팬들에는 큰 충격이었다.
K리그도 메시 정도의 위상은 아니지만, 원클럽맨들이 있다. 지금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 1992년 데뷔 후 2004년 은퇴까지 줄곧 성남에서 401경기를 뛰었고 김현석 감독이 1994년 울산에서 데뷔해 은퇴까지 371경기를 뛰었다.
대전하나시티즌도 과거 원클럽맨이 있었다. 시민구단 시절 대전의 골문을 지켰던 최은성 골키퍼다. '수호천황'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최은성은 1997년 대전시티즌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했고 2009년 4월 프로통산 400경기 출장 기록을 세웠고, 단일팀 선수로 개인 통산 최다 출장 신기록 464경기를 출전했다. 최은성의 기록은 K리그를 대표하는 원클럽맨으로 불리기에 충분했으나 역시 돈이 문제였다. 2012년 구단과 연봉 협상이 결렬되면서 고향이나 다름없었던 대전을 떠나게 됐다. 팬들은 '최은성이 대전이고 대전이 최은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를 잡으려 했지만 끝내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프로선수에게는 명예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뛰는 사람들이다. 본인 인생에 있어 돈을 벌 수 있는 시간이 한계가 있기에 뛸 수 있을 때 많이 뛰고 벌어놔야 한다. 메시의 사례에서 보듯 아무리 팀의 전설이라 하더라도 결국 돈이 없으면 가장 아끼는 선수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그 팀이 아무리 명문클럽이라 해도 말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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