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말 한마디의 힘

  • 오피니언
  • 월요논단

[월요논단] 말 한마디의 힘

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 승인 2021-08-22 08:42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2021.01.19(김찬술 산업건설위원장)(3)
김찬술 위원장
옛날 어느 산골,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배가 고파 온종일 우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는 울음을 멈추기 위해 매질하는 게 일상이었고, 마침 그 집 앞을 지나던 스님 한 분이 그 광경을 물끄러미 보다가 매를 맞는 아이에게 큰절을 합니다. 놀란 부모가 연유를 묻자 '이 아이는 나중에 정승이 될 분이니 귀하게 키우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그때부터 부모는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고 정성 들여 키웠고 정말로 정승이 됐습니다. 부모는 스님의 말이 신통해 수소문 끝에 찾아가 어찌 그리 용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기를 '소승이 어찌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이란, 정승같이 키우면 정승이 되고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되는 게 세상 이치라 잘 살고 못사는 건 마음가짐에 달린 거지요'라고 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입니다.

인도의 지성 타고르는 일찍이 부모와 자식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으니 당신이 아는 배움의 범위에 자식을 한정 짓지 말라고 했습니다만, 맞고 자란 아이가 매를 더 신봉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한 살, 세 살, 그리고 다섯 살 때 등 네 번에 걸쳐 양육과 처벌유무, 빈도, 아이들의 공격성을 측정했더니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따뜻한 말이나 칭찬을 잘 한 경우가 그렇지 못한 아이에 비해 공감 능력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첫 2초의 힘)’을 보면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환자들에게 2번 이상 고소당한 의사와 반대로 환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의사들을 관찰한 결과, 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대화법'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경우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아 왔던 환자와 가족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의사를 원망하지 않은 반면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친절했던 의사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는 거지요.



어느 대학 교수님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자동차가 속력을 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뭐냐고 학생들에게 질문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엑설레이터나 핸들, 타이어 등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그제서야 브레이크라는 말이 나온답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어찌 속력을 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속력만 낸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을 줄도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인디언이 말을 타고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서는 것은 내 영혼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하듯이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15초만 참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우리 뇌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해서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15초 내에 피크에 도달했다가 이후 서서히 분해되기 때문이랍니다.

얼마 전 끝난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이자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일언기출(一言旣出) 사마난추(駟馬難追)라, 한 번 뱉은 말은 4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날쌔다는 옛말도 있습니다만, 불신과 혐오의 말들은 건강한 사회를 좀먹고 분열로 이어지기에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요, 입을 닫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무례하고도 경솔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입추 말복 지나고 벌써 처서입니다만, 아직도 무더위에 짜증을 다스리기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코로나19로 지치고 힘겨운 삶, 잘 이겨 나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