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술 위원장 |
그때부터 부모는 아이에게 매를 들지 않고 정성 들여 키웠고 정말로 정승이 됐습니다. 부모는 스님의 말이 신통해 수소문 끝에 찾아가 어찌 그리 용하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스님이 말하기를 '소승이 어찌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었겠습니까, 사람이란, 정승같이 키우면 정승이 되고 머슴처럼 키우면 머슴이 되는 게 세상 이치라 잘 살고 못사는 건 마음가짐에 달린 거지요'라고 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입니다.
인도의 지성 타고르는 일찍이 부모와 자식은 다른 세상에서 태어났으니 당신이 아는 배움의 범위에 자식을 한정 짓지 말라고 했습니다만, 맞고 자란 아이가 매를 더 신봉한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와 한 살, 세 살, 그리고 다섯 살 때 등 네 번에 걸쳐 양육과 처벌유무, 빈도, 아이들의 공격성을 측정했더니 아이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따뜻한 말이나 칭찬을 잘 한 경우가 그렇지 못한 아이에 비해 공감 능력이나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는 겁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의 저자인 말콤 글래드웰이 쓴 '블링크(첫 2초의 힘)’을 보면 의사와 환자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환자들에게 2번 이상 고소당한 의사와 반대로 환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의사들을 관찰한 결과, 둘 사이의 결정적 차이는 '대화법'에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경우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들으면서 신뢰를 쌓아 왔던 환자와 가족들은 결과를 받아들이고 의사를 원망하지 않은 반면에 제대로 된 설명 없이 불친절했던 의사는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월등히 많았다는 거지요.
어느 대학 교수님이 들려준 얘기입니다. 자동차가 속력을 내는데 반드시 필요한 게 뭐냐고 학생들에게 질문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은 엑설레이터나 핸들, 타이어 등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고 얘기하면 그제서야 브레이크라는 말이 나온답니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가 어찌 속력을 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속력만 낸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을 줄도 알아야 실패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가르침입니다. 인디언이 말을 타고 한참을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서는 것은 내 영혼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하듯이 속상하고 화가 나더라도 15초만 참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한데, 우리 뇌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해서 분노를 유발하는 호르몬은 15초 내에 피크에 도달했다가 이후 서서히 분해되기 때문이랍니다.
얼마 전 끝난 도쿄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이자 많은 국민이 안타까워 했습니다. 일언기출(一言旣出) 사마난추(駟馬難追)라, 한 번 뱉은 말은 4마리 말이 끄는 빠른 마차도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가볍고 날쌔다는 옛말도 있습니다만, 불신과 혐오의 말들은 건강한 사회를 좀먹고 분열로 이어지기에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말을 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나약하기 때문이요, 입을 닫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무례하고도 경솔하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입추 말복 지나고 벌써 처서입니다만, 아직도 무더위에 짜증을 다스리기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코로나19로 지치고 힘겨운 삶, 잘 이겨 나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김찬술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