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재 신채호 |
기념사업의 상징과도 같았던 기념교육관 건립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추진력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장기화가 원인으로 꼽히기도 하지만 올해는 공연 등 문화사업이 미진해 대전의 인물 브랜드, 역사문화도시 정체성을 찾겠다던 대전시의 의지가 약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대전광장 동상 제막, 다큐멘터리 제작, 특별전시회, 연극과 뮤지컬 제작, 대전 첫 추모식 등 한동안 단재와 관련된 문화사업은 풍성했다. 올해는 극단 새벽의 '산책-신채호의 삶과 사랑이야기' 연극 한 편과 지난해 대전청소년시립합창단이 초연했던 '단재의 혼' 앵콜이 무대에 오른 것이 전부다.
대전 중구 어남동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라는 상징성이 주는 의미는 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대전시의 인물 브랜드 사업은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대표사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기념교육관 건립은 첫 시작부터 난항이었다. 가까스로 2020년 국비로 2억2000만 원을 확보했으나 단재 관련 유물과 자료 확보 등이 어려워지면서 사전평가를 넘지 못했고, 결국 올해까지도 큰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당초 계획대로였다면 기념교육관은 올해 사업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지난 6월 대전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도 기념사업과 관련해 지적이 나온 것도 지속성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3.8기념관에 단재 기념관을 넣겠다는 대전시의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체성과 추진력 또한 뭇매를 맞았다.
이광복 대전시의원은 "지난해 단재 사업과 관련해 의회나 예결위에서도 아낌없이 밀어줬다"며 중단된 사업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3·8기념관 일부에 단재 기념관을 넣겠다는 것은 심도 있는 추진은 아니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에 당시 손철웅 대전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기념교육관은 유물과 학술자료를 축적해 재시도하고, 3·8기념관은 일부 공간을 할애받아 단재 관련 세미나와 콘텐츠를 전시할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별개의 사업임을 언급했다.
노재준 작가의 '달항아리' 전시에서 공개된'단재 신채호 선생'을 담다. 68x134㎝. 기사와 사진은 무관. |
대전시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올해는 학술대회 개최가 어렵지만 내년에는 개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방면으로 자료를 찾고,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군의 3000t급 잠수함 3번함의 이름이 '신채호함'으로 확정됐다. 3번함은 국내 기술로 독자 설계한 '장보고-Ⅲ 배치(Batch)'로 내달 진수식을 앞두고 있다. 해군은 그동안 3000t급 잠수함 1번함은 '도산안창호함', 2번함은 봉오동과 청산리 전투에 참가한 안무 장군의 이름을 딴 '안무함'으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따 명명하고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흔적을 남긴 책 한 권도 출간됐다. 김월배·주우진 저자의 '단재 신채호, 중국에 역사를 묻다(도서출판 걸음)'는 2280㎞에 달하는 신채호의 중국 행적 따라가는 역사여행 에세이다. 책에는 그동안 몰랐던 신민회 칭다오회의 장소, 미결수로 보낸 다롄지소, 신채호 수감번호, 옥중 사진을 찾아낸 중국인 등이 담겨 학술적 진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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