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착해서 보니 많은 사람들로 공항 안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긴 줄을 여러 번 거친 지루한 시간이 지나가고 활주로를 벗어나고 있는 비행기에 설레임을 실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온 가족이 함께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막내딸만 데리고 떠나게 되었다. 딸은 기내에 들어와 의자에 앉자마자 잠이 든다. 잠에 빠져든 딸의 곤한 잠을 방해할까 싶어 잠든 모습을 가만히 바라본다. 이마로 흘러내린 머리칼이 오늘따라 지쳐 보여 안쓰럽다. 작은 창으로 보이는 세상을 내려다 본다. 하얗게 포개진 구름층이 가려진 내 속마음 같아서 그 풍경으로 자꾸 빠져들다 딸의 숨소리에 묻혀 나도 잠이 든다.
얼마나 왔을까, 사이판 공항에 내리니 따뜻한 바람에 날아온 플루메리아 향기가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는 오랜만에 여유와 쉼을 생각하며 행복해진다. 딸은 나에게 앞으로의 일정을 열심히 설명을 한다.
"페러세일링도 할 거구요, 선셋 크루즈 디너쇼, 정글투어도 하고, 원주민 농장도 둘러볼 거예요. 그리고 별빛투어, 마나가하 섬에서 스노클링과 스파도 할 거예요."
"너무 일정이 많네. 휠링 하러 왔다가 오히려 몸살 나는 거 아니니?"
먼 하늘 위에 높이 떠 있는 내가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짜릿하다. 무엇보다도 해냈다는 성취감에 기뻤다. 배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들어 활짝 웃는 여유도 부려봤다. 살아가면서 지칠 때 가끔가다 꺼내 볼 수 있게 살며시 추억을 곱게 접어 가슴에 넣었다. 모든 일정이 그림처럼 아름다웠지만 무엇보다도 별빛투어가 좋았다.
저녁 아홉 시에 도착한 곳은 깜깜한 어둠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이 일 년에 한번 슈퍼문이 뜨는 날이란다. 그래서 많은 별이 밝은 달빛에 가려서 우리 눈에는 잘 보이지 않거나 여리게 보인다고 가이드가 설명을 해준다.
어렸을 적 내가 엄마와 언니와 평상에 누워 지금처럼 별을 헤아리는 추억을 떠올려 본다.
"엄마, 저기 저기 아주 반짝이는 샛별, 최고로 크고 제일 빛나는 저 별 이제부터 제 별이에요."
"아니야, 저 별은 원래 내 별이라고. 내 별. 바보." 언니가 자꾸 자기 별이라고 떼를 쓰니 엄마는, "에그, 자꾸 싸우니 저 별은 엄마가 가지련다."
"힝, 내 별 주세요."
"그래. 이제부터 우리 막내딸 별이니 누구든 함부로 건드리기만 해봐라. 엄마가 꼭 지켜줄게."
그때는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귀한 보물을 얻은 것처럼 하늘을 날을 것만 같았다. 별이 어디로 달아날까 봐 까만 하늘을 계속 지키다가 엄마가 품에 나를 꼭 안아 주시면 어느새 잠이 들곤 했었다. 그러구러 세월이 흘렀다.
이제는 내 아이가 별을 가리키며 내 어깨에 기대어있다. 내가 떠난 세상이 오면 내 아이도 저 하늘을 보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할까?
덧없는 세월의 흐름을 아쉬워 하며 우리 모녀는 에메랄드 빛 푸른 바다에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이현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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