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하천복원공사 앞세운 갑천 준설에 뿔난 주민들… 결국 공사 중단

  • 정치/행정
  • 대전

대전시 하천복원공사 앞세운 갑천 준설에 뿔난 주민들… 결국 공사 중단

지난해 수해로 인명 피해 발생한 지역
환경단체 "준설, 수해 예방해결책 아냐"
심미적 경관과 자연 생태계 훼손 심각
대전시 "저수로 퇴적 구간 정비한 것"

  • 승인 2021-08-19 16:37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대전시가 서구 정림동과 괴곡동 인근 '하천 복원공사' 도중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로 결국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생태하천을 훼손하지 말라"는 강경한 민원이 계속 접수돼 당분간 공사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대전시가 하천 복원공사를 하는 이유가 지난해 발생한 수해 민원 해결 차원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헛다리 짚는 대전시", "예산 낭비"라는 비난 섞인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18일 오전 직접 찾아간 정림중학교와 수미초등학교 앞 갑천 일대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갑천 상류를 기점으로 왼편에는 3~4그루의 나무가 있었고, 오른편은 수풀이 무성했다. 그러나 하천 복원공사를 명목으로 준설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무가 뽑혀 흙더미와 뒤엉켜 쌓여 있고, 수풀은 모두 뽑혀 민둥산처럼 휑한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전시가 갑천 준설 공사를 시작한 건 지난 9일이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 공사 장비가 들어와 나무를 뽑고 흙을 퍼냈다. 이에 산책하던 주민들이 "멀쩡한 하천을 왜 뒤집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공사는 그 후로 현재까지 중단한 상태다. 17일에는 장비도 철수했다.

KakaoTalk_20210819_142146992
준설 작업으로 파헤쳐진 갑천 일대 모습. 사진=이해미 기자
전화 제보를 해준 한 주민은 "대전시가 나무를 베고, 수풀을 뽑고 하천 흙더미는 퍼내는 준설 작업을 했다. 일부 구간도 아니고 800m에 달하는 대규모 공사"라며 "지난해 수해 때문에 보여주기식의 준설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이 구간은 비가 오면 1년에 한 번은 산책로 앞 계단 앞까지 물이 차는 상습 침수 구간은 맞다. 준설로 하천 바닥을 깊게 파서 수해를 예방하려는 것 같은데, 저지대에 있는 아파트의 경우 펌프 시설부터 손봐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준설로 인한 자연 생태계 훼손도 우려됐다. 여름철은 철새 번식기고 수풀과 나무에 의존해서 사는 포유류의 머물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자연스럽게 퇴적돼 쌓인 하천 생태를 일방적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하천은 운반, 침식, 퇴적이 반복되는 공간이다. 어느 공간에는 일정 부분 쌓일 수밖에 없는데 정림동 인근 갑천이 이런 경우다. 준설을 한다고 해도 길어야 6개월~1년 정도의 단기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KakaoTalk_20210819_142200332
쌓여 있는 퇴적물. 나무와 흙더미다. 사진=이해미 기자
반면 지난해 침수피해를 본 일부 주민들은 반복되는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하천 정비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대전시는 하천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저수로 퇴적 구간을 정비하는 공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오랫동안 퇴적돼 물이 흐를 수 있는 방해 요인이 됐고 이를 사전에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수해 방지 차원의 준설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3일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와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양보와 배려를 통해서 공사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준설 구간은 총 800m다. 작업은 50% 정도 진행되다 멈춘 상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3.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선배시민이 지구를 지킨다’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