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을 훼손하지 말라"는 강경한 민원이 계속 접수돼 당분간 공사 재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대전시가 하천 복원공사를 하는 이유가 지난해 발생한 수해 민원 해결 차원이라는 얘기가 돌면서 "헛다리 짚는 대전시", "예산 낭비"라는 비난 섞인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18일 오전 직접 찾아간 정림중학교와 수미초등학교 앞 갑천 일대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갑천 상류를 기점으로 왼편에는 3~4그루의 나무가 있었고, 오른편은 수풀이 무성했다. 그러나 하천 복원공사를 명목으로 준설을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나무가 뽑혀 흙더미와 뒤엉켜 쌓여 있고, 수풀은 모두 뽑혀 민둥산처럼 휑한 흙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전시가 갑천 준설 공사를 시작한 건 지난 9일이다. 굴착기와 불도저 등 공사 장비가 들어와 나무를 뽑고 흙을 퍼냈다. 이에 산책하던 주민들이 "멀쩡한 하천을 왜 뒤집느냐"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공사는 그 후로 현재까지 중단한 상태다. 17일에는 장비도 철수했다.
준설 작업으로 파헤쳐진 갑천 일대 모습. 사진=이해미 기자 |
현장에서 만난 주민은 "이 구간은 비가 오면 1년에 한 번은 산책로 앞 계단 앞까지 물이 차는 상습 침수 구간은 맞다. 준설로 하천 바닥을 깊게 파서 수해를 예방하려는 것 같은데, 저지대에 있는 아파트의 경우 펌프 시설부터 손봐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준설로 인한 자연 생태계 훼손도 우려됐다. 여름철은 철새 번식기고 수풀과 나무에 의존해서 사는 포유류의 머물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자연스럽게 퇴적돼 쌓인 하천 생태를 일방적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경호 대전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하천은 운반, 침식, 퇴적이 반복되는 공간이다. 어느 공간에는 일정 부분 쌓일 수밖에 없는데 정림동 인근 갑천이 이런 경우다. 준설을 한다고 해도 길어야 6개월~1년 정도의 단기 해결책에 불과하다"고 했다.
쌓여 있는 퇴적물. 나무와 흙더미다. 사진=이해미 기자 |
대전시는 하천관리 기본계획에 따라 저수로 퇴적 구간을 정비하는 공사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 관계자는 "오랫동안 퇴적돼 물이 흐를 수 있는 방해 요인이 됐고 이를 사전에 제거하려고 했던 것"이라며 수해 방지 차원의 준설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3일 주민과 환경단체, 전문가와 설명회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양보와 배려를 통해서 공사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준설 구간은 총 800m다. 작업은 50% 정도 진행되다 멈춘 상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