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은 전국 도 단위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하늘길'이 막혀있다. 국제공항은커녕 민간공항조차 없다. 타 지역을 보고 있자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가덕도 신공항은 예비타당성 면제란 혜택을 받으며 특별법이 국회를 초고속으로 통과했다. 대구·경북은 신공항을 추진 중이다.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흑산도공항과 비교해도 구슬프기 짝이 없다. 충남민항은 기존 서산비행장을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계류 중이다. 충청홀대론을 야기 할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충남민항의 건설은 1997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서산공군비행장 민항설치' 지시로 민항이 추진됐다. 2000년 '제2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반영되며 사업이 가시화되는 듯싶었으나 1990년대 말 IMF 위기에 따른 항공수요 급감으로 민항 유치가 무산됐다. IMF의 여진이 충남의 하늘길을 막은 셈이다.
2016년 국토교통부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에 충남민항을 설치 검토 반영이란 문구를 새겨넣었다. 이듬해 국토부 사전타당성조사가 통과되고, 2020년 9월 투자심사까지 거침없었다. 그간 교통서비스에서 소외되며 받은 울분이 해결되는 듯했다. 한 달 뒤인 10월 기획재정부에 예타 대상사업으로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코로나19 영향 등 재정부담 여건으로 전체 신규 재정사업이 선정 불가 통보를 받은 탓이다. 2000년엔 IMF 여진이, 지난해엔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충남민항이 겪은 일련의 시련이다. 2022년 3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충남민항 건설을 약속하고 있다. 그동안 도민이 받은 교통서비스 소외감 해소와 건설 필요성에 대한 통계가 이슈를 떠받친다.
충남민항 사업비는 509억원으로, 새만금공항(7796억원)과 울릉공항(6651억원), 흑산도공항(1833억원) 등과 비교해봐도 월등하다. 잠재적 수요도 높다. 도에서 분석한 2025년 기준 항공 수요를 보면 충남민항은 37만 8000명으로, 군산(30만 4000명), 사천(17만 1000명), 무안(15만명), 원주(12만 3000명), 양양(5만 8000명)보다 높다. 또 충남이 혁신도시 지정에 따라 공공기관 이전이 남아있고, 국제성지 지정과 서해선 고속화 등 공항연계 교통망 확충 등 미래 항공수요 증가도 예상된다. 경제성(B/C)도 좋은 평가가 기대된다. 2017년 당시 도와 서산시가 진행한 사전타당성 검토연구용역에서 경제성은 1.32로 나왔으나, 올해는 지난 3월 천주교 국제성지로 지정된 해미성지를 포함하면 당시보다 좋은 경제성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충남민항은 지난 5일 국토부의 '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 포함됐다. 공항개발 종합계획은 공항시설법에 따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공항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 5년 단위로 수립하는 공항 분야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이 계획에 포함돼야 공항 개발 사업 추진이 가능해진다. 계획안은 국토부가 지자체 의견 수렴을 거쳐 9월 최종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대선 이슈로 떠올랐고, 추진동력도 확보됐다. '충남 하늘길'이 열릴 근거가 마련됐다. 20년간 제자리걸음 하던 충남민항 건설의 일생일대 기회다. 대선공약 반영과 지역 금배지의 뒷받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재부의 예타 대상에 선정되는 쾌거가 필요하다.
도 관계자는 "이번 계획안 반영을 계기로 관계 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올해 예타 대상 사업 선정과 내년 기본계획 수립 예산 확보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방원기 기자 ba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