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시진, 미룸갤러리 관장) |
문화예술계에서 예술원 회원제도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크게 두 가지로 요약을 하면 예술원 회원을 선출하는 과정에 대한 것과 예술원 회원이 문화예술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이다. 전자의 경우, 예술원 회원을 선출하는 과정이 많은 문화예술인의 의견과 상관없이 기존 예술원 회원들의 찬성을 통해 직함을 받는다. 이러다 보니 문화예술인들의 생각이 문화예술정책에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예술원 회원이 하는 일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문화예술인이 많다. 기존 회원에 의해 예술원 회원으로 뽑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섯 개의 장르에서 예술원 회원을 선출한다면 그 장르의 대표적인 분들이 명예와 함께 활동비를 수령하고 있다는 뜻인데, 각각의 장르에 있는 예술인들은 자신의 장르에 누가 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다.
문학만 놓고 보아도 누가 예술인 회원인지 알고 있는 문학인들이 얼마나 되는지, 또 그분들이 문학 발전을 위해 문체부에 어떤 조언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문학인들 사이에서 "예술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예술원 회원제도에 대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예술원 회원 제도를 기존 회원들의 추천방식이 아닌 각 장르에 관여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직접 추천하거나 선출해서 예술원 회원이 될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이렇게만 된다면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장르의 예술가가 예술원 회원으로서 어떤 활동 하고 있는지, 자신의 장르를 위해 어떤 의견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화예술인들이 알 수 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 종신제보다는 임기가 있는 제도로 바꾸었으면 한다. 임기 3년 정도 하고 연임이 가능한 수준이면 어떨까. 기우일 수 있지만 이런 의견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매달 활동비를 받아 생활하는 예술원 회원이 혹여 있다면 그야말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00여 명의 예술원 회원 중에 분명 활동비가 중요한 생활 수단으로 쓰이는 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더라도 문화예술 분야가 지금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려면 종신제를 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굳이 젊은 예술가들이나 밥벌이도 못 하고 사는 예술가들의 이름을 빌려오지 않더라도 예술가들의 현실이 어디에 있는지 예술을 업으로 사는 분들은 알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 할 자리가 예술원 회원이라고 말하고 싶다. 예술원 회원 중에 명예직이니까 점잖게 앉아만 있어야 한다고 혹여 생각한다면 답답해진다. 이런 분들로 회원이 구성되었다면 예술원 회원 제도가 불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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