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는 24절기 중 14번째 절기로 입추와 백로 사이에 있다. 처서는 양력 8월 23일 무렵, 음력 7월 15일 무렵 이후이며 더위가 식고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다. 처서는 무덥고 긴 여름이 끝나 더위를 쫓고 시원한 가을을 불러들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잘 자라지 않아 조상들은 부모님 산소를 찾아 벌초했다. 그리고 처서에 오는 비는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로 여겼다. 처서에 비가 오면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되므로 사람들은 처서에 오는 비를 달갑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또한 여름에 사용했던 쟁기와 호미 등 농기구를 깨끗이 씻어 정리했다. 처서가 지나면 농촌에서는 추수할 일만 남아 농부들이 한가해진다. 여름내 극성부리던 모기의 기세도 약해져 파리와 모기가 들어가고 귀뚜라미가 하나, 둘씩 나타나기도 한다. 처서 풍습으로는 ‘음건과 포쇄’가 있다. 선비의 부인이 여름 장마에 젖은 책과 옷을 말리는 것인데 음건은 그늘에 말리는 것이고 포쇄는 햇볕에 말리는 것이다.
처서에 먹는 음식으로는 추어탕, 애호박 칼국수, 복숭아 등이 있다. 처서 음식은 더운 여름을 보내느라 지친 몸을 보신하고 서늘해지는 날씨에 어울리는 따뜻한 음식을 먹는 것이 포인트이다. 추어탕은 익힌 미꾸라지를 으깬 뒤 채에 살만 걸러 야채를 넣고 끓인 음식으로 한국 사람들이 즐겨 먹는 가을의 대표적인 보양식이다. 칼국수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집에서 직접 손으로 반죽해서 칼로 썰어 요리한 수제 칼국수를 최고로 여긴다. 고명으로는 제철을 맞은 애호박을 채 썰어 볶아 사용했다. 요즘은 기호에 따라 다진 양념과 김가루, 쑥갓을 곁들여 먹는다. 여름 대표 과일인 복숭아는 더위가 꺾이는 처서에 가장 당도가 높아져 맛이 좋다. 복숭아는 여름철 피로회복에 좋고 장을 부드럽게 해 변비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박영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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