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대덕연구개발특구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메카로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종은 우리나라 정부 부처 3분의 2 집적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도 추진 중으로 사실상의 정치·행정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충남은 인구 15억 세계 최대 시장인 대 중국 전진기지로서 역할이 더욱 기대되며 충북은 K-반도체 K-배터리의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
청신호가 켜진 지역의 미래 가치와 달리 충청이 현재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는지 물음표가 달린다.
얼마 전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내륙철도가 제4차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됐다.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 분석(BC) 0.483으로 기준치 1에 크게 못 미쳤지만, 국가사업으로 확정된 것이다. 반면, 충청권이 주장했던 광역철도 청주도심 통과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서산~울진)는 탈락했다. 똑같이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영호남은 되고 충청은 안 된 것이다.
여야가 특별법을 만들면서 화력지원을 했던 가덕도 신공항에는 최대 22억 원이 투입된다. 반면 경제성이 입증(BC 1.3) 투입 예산이 500억 원 안팎인 충남 민항은 여전히 정부에 외면받고 있다. 지역별 정치력의 차이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웅비하고 있는 충청의 위상에 정치의 힘이 더해지면 지역 발전은 더욱 탄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쉽다. 충청 출신 인사들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하다. 문재인 정부 4년여 동안 정부 18개 부처 장관 가운데 충청 출신이 고작 1명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청와대 8개 수석비서관 가운데 충청 출신이 단 1명도 없었던 적도 있었다.
일각에선 인사와 예산에서 푸대접을 받는 충청 홀대론을 바로잡는 첩경은 지역 출신 대통령을 배출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영남이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호남이 국가 주류 세력으로 등장했다는 점을 보면 이 같은 주장에 이견을 달기 힘들어 보인다.
충청대망론의 현실화가 시급한 것이다. 여야에는 내년 3월 차기 대선과 2027년 차차기 대선링에 오를 차차기 대선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이 대거 포진해 있다.
차기 대선에선 국민의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주목된다. 윤 전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로 충청대망론 주자로 분류된다. 그 역시 "제 피는 충남"이라며 지역 연고를 확실히 하고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장소 역시 충남 예산 출신 독립투사인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택했고 첫 민심 투어 장소도 대전을 골라 충청대망론 주자로서의 선명성을 부각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권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고 여야 통틀어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지사와 1~2위를 다투는 등 내년 대선 야권 대장주(株)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과 부인 김건희 씨를 둘러싼 의혹 등은 그의 리스크로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충북 음성이 고향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역시 충청대망론 바통을 이어받을 인물로 꼽힌다. 상고와 야간대학 출신으로 경제부처 수장에 오른 입지전적 '흙수저' 신화 스토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아온 그의 최종 행선지는 제3 지대 행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8월 초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그는 제3지대행을 묻는 질문에 "하여튼 두고 봐라"며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과 합당 논의 결렬을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후보가 당선된 전례가 없다는 점과 차기 대선이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력화를 위한 물리적 시간을 고려하면 김 전 부총리의 대권 도전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민주당에선 양승조 충남지사가 1차 경선에서 패한 뒤로는 차기 대선링에서 충청 대망론 주자는 보이지 않는다. 5년 뒤 2027년 차차기 대선에선 자원들이 많다. 일단 양 지사의 재도전이 유력하다.
그는 얼마 전 컷오프 된 직후 페이스북에 "5년 뒤에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대권 재도전의 의욕을 보이고 있다. 양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충청 여권의 맹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역시 여권의 충청대망론 바통을 받을 유력한 후보군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역임하면서 친문 그룹의 핵심으로 도약했고 21대 총선에서 3선에 성공하며 중진이 됐다.
이어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인지도를 전국구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박 장관은 여의도 시절, 충청 중심의 대통합과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충청역할론을 주장해 왔다. 이는 곧 충청대망론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박 장관의 주장으로 차차기 대권도전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에선 21대 국회 전반기 부의장으로 선출된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이 버티고 있다. 보수야당 원내대표와 국회 정보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거치면서 당내 기반을 탄탄히 했고 청와대 정무수석 역임으로 국정 경험도 쌓았다. 국회 부의장으로서의 역할과 당내 대권후보인 윤석열 전 총장의 거취에 따라 정 의원의 충청대망론이 더욱 힘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는 얼마 전 중도일보와 만나 충청대망론과 관련해,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으로 본다"며 "내년(대선)에 나보다 더 적합한 사람을 통해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 최종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겠다"고 차차기 대권 도전을 시사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