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나 디지털룸 1팀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에서 글로벌 식품기업 미란도의 회사 경영권을 인수한 낸시(틸다 스윈튼)는 함께 자랐던 슈퍼돼지 옥자를 데려가려고 했던 소녀 미자에게 이렇게 답한다.
낸시의 대사는 가축을 사유재산으로 생각하는 인간중심적 사고관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동물주의 선언>에서 코린 펠뤼숑은 '수 세기 동안 아동, 어떤 사람은 노예로 살아야 했다. 노예는 오늘날 가축시장과 흡사한 시장에서 거래되었다. 노예는 어떤 권리도 없이 전적으로 주인에 속했다. 주인은 쉴 새 없이 일을 시키고, 노예의 결혼에 전권을 쥐고 있었으며, 심지어 아이를 낳거나 낳지 말라고 명령할 수 있었고, 내키는 대로 죽일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태도는 과거 노예를 바라보는 태도와 비슷하다.
공장식 축사에서 가축이라 불리는 돼지, 소나 닭의 생태적 습성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좁은 공간에 갇혀있고 소유주에 의해 강제로 임신하거나 죽임을 당한다.
이는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고 감정이 있는 동등한 생명으로 간주하지 않고 인간의 생명이 동물의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종차별주의에 기인한다.
흑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인종차별주의와 인권을 유린하는 노예제는 종차별주의, 공장식 축산과 데칼코마니 같다.
과거 노예제 폐지의 주요한 장애물은 인종차별주의와 노예제가 상업과 밀접히 연결돼있기 때문에 경제적 재난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2021년에 사는 우리는 노예제가 부당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인권이 있다는 명제에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동물을 감금하고 착취하는 공장식 축산은 부당하며 동물은 포함한 모든 생명은 평등하고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다.
국내 채식 인구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이러한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그렇다고 축산업을 악마화하거나 채식주의자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고기, 가죽제품, 동물실험을 한 화장품, 동물원 등 동물착취를 기반으로 한 산업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소비하는 산업은 우리 일상에 만연하게 그리고 깊이 파고 들어있다.
따라서 비건지향인이 된다는 것은 한편으론 우리 사회의 악의 평범성에 눈을 뜨고 일상의 불편함을 감내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함께 식사하지 않고 예민하게 구는 당신 옆의 채식주의가 유난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함께 하기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당신을 계속 불편하게 할 것이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나 기자 dbsk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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