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賢(어질 현) 令(명령 령/ 우두머리 령) 裁(마름 재) 判(판가름할 판)
출처 : 한국인의 야담집(韓國人의 野談集)
비유 : 어떤 일이던지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
사건의 잘못을 남에게만 책임지우고 자기기준을 주장하는 자 들을 비유함
현령재판(賢令裁判)이라는 고사는 세상을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지혜를 암시해 준다. 왜냐하면 어떤 일이든지 판단하는 기준에 따라 그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화(木花)는 인류가 발견한 품목 중 몇 번째 안 되는 훌륭한 재료로써 겨울철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기본바탕이 되는 실을 만드는 원료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게 생각되며 인간 생활에 필수이기 때문에 장사를 하면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고을에 목화장사를 하기 위해서 네 사람이 똑같이 투자를 하여 목화가 값이 쌀 때 많은 목화를 사들였다가 당연히 목화 값이 오르면 내다 팔아 이익을 많이 내려고 하는 방법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목화를 창고에 쌓아두다 보니 쥐라는 놈이 여기저기에 오줌을 싸는 바람에 목화가 누렇게 되고 냄새가 지독하여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네 사람이 모여 의논한 끝에 공동으로 투자하여 고양이 한 마리를 사다놓고 네 명이 다리 하나씩을 맡아 책임지고 보살피기로 했다. 그 후부터 창고에 쥐가 들어오지 않아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고양이가 잘못해서 왼쪽 앞발을 다치게 되었다. 그 발을 맡은 친구는 상처에 약을 바르고 고양이의 다리에 헝겊을 감아주는 등 극진히 치료에 정성을 기울였다. 덕분에 고양이는 빠른 회복을 보였고 곧잘 뛰어다니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헝겊이 약간 풀어지기 시작했고, 그때 아궁이 근처를 지나던 고양이의 발에 풀어진 헝겊 부분에 불이 붙어 고양이는 놀라서 마구 뛰어다니다 자기가 살고 있던 목화창고에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창고에 불이 붙게 되었다.
그 일로 목화는 다 타버렸고 나머지 세 친구들은 고양이를 치료한 친구에게 다 물어내라고 하였다. 그들은 그것도 부족하여 세 사람은 고을 사또에게 판결을 내려 달라며 송사를 하였고, 세 친구는 무조건 저 친구가 물어내야 한다며 고양이를 치료해준 친구를 윽박질렀다.
그러자 사또의 판결은 이러했다.
"듣거라! 목화 값을 물어주어야 할 자는 너희 세 사람이다. 그러니 너희가 물어주도록 해라!" 사또의 판결에 세 친구는 놀라서 물었다. "사또 나리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친구 때문에 저희가 막심한 손해를 보았습니다. 판결을 반대로 내리신 것 같습니다." 라고 항의했고, 사또의 답변은 이러했다.
"고양이가 다리를 다쳐서 거기에 헝겊을 감아 불이 붙었다 해도 고양이가 창고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불이 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럼 고양이가 불붙은 헝겊을 매달고 창고로 달려갈 때 어떤 다리를 사용하였겠는가?" 젊은이 세 명은 이구동성으로 "물론 성한 세 다리로 달려갔겠지요." 사또가 "그래 그렇다. 너희들 세 사람이 보살피던 성한 다리가 아니었다면 고양이가 창고에 불을 낼 일이 없었을 테니 너희 세 사람이 저 사람에게 목화 값을 물어주는 것이 당연하다." 사또의 대답을 들은 세 친구는 벙어리가 되었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를 비롯해서 교육, 국방, 외교, 복지 등 사회 전체가 휘청거리고 혼란스럽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바른 정책이라고 일관하고 있고. 나랏님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치 고양이 다리를 관리하던 세 친구들처럼. 그렇다면 이 흔들리는 정책의 잘못된 부분을 현명한 재판관의 재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정부는 잘 되어 간다고 하고, 뜻있는 국민들은 잘 못되어 간다고 하니 누가 맞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그날, 그날의 힘든 생활을 하고있는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절규의 참언을 꼰대의 항변으로 취급하는 이해 못 할 무리들이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어려운 형편의 국민들을 권력의 강압으로 짓누르거나 거짓으로 일관할 수는 없다. 왜? 그들의 인내와 흘린 땀으로 대한민국이 이렇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들을 외면하고 그냥 앉아서 망할 수만도, 또 한꺼번에 잃을 수만은 더더구나 없기 때문이다.
현명한 재판은 국민의 몫이다. 국민의 판단이 옳고, 많은 사람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화가 바로 민주주의이기 때문이다. 춘추시대 국어(國語)에 기록된 교훈을 생각하면 '衆心成城 衆口?金(중심성성 중구삭금) 곧 대중의 마음은 성(城)을 이루고 대중의 입은 무쇠를 녹인다.' 자유민주주의의는 국민이 주인이기 때문에 재판관이 되어야 한다.
언론의 보도가 맞는다면 이 정권이 지나고 나서 나중에 죄 없는 국민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될 큰 혼란이 온다. 요즈음을 풍자한 유행어로 '정부가 하는 일에 반대로 하면 대박난다'고한다. 위정자들은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헤치고 나올 수 없는 더 깊은 늪으로 빠지기 전에 말이다.
장상현 / 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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