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취재 기록-16] 충북지역,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2명’ 품다

[10년간의 취재 기록-16] 충북지역,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 ‘2명’ 품다

신라의 우륵(가야금), 충주·제천·괴산에서…조선의 박 연(국악이론) 영동에서 각각 ‘활동’
“우륵은 제천 청풍사람”…제천 향토학자, 우륵 찾기 나서, 국악계 관심

  • 승인 2021-08-16 13:46
  • 수정 2021-09-28 14:12
  • 손도언 기자손도언 기자
KakaoTalk_20210812_142413679
제천시 의림지 둑 남동쪽 마을. 신라의 우륵(가야금) 선생이 이 마을(빨강 원)에서 살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제천 류금열 학자 제공>

지난 5월, 제천 국악계가 흥분했다. 김화자(70·제천시 모산동)씨가 전공자도 어렵다는 '제47회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시조부분 장원을 차지한 것이다. 그것도 국악의 성지인 호남이 아닌 충북 산간지역에서 장원이 나온 것이다. 그의 전주대사습놀이 '깜짝 장원'은 우리나라 국악계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악은 호남지방'이라는 인식이 이번 전주대사습놀이에서 다시 한번 깨졌다. 그동안 충북은 '국악의 불모지와 같다'는 평가다. 충북의 한 국악인은 "그랬어유~ 라는 충청도 사투리로 어떻게 판소리를 하겠냐"며 비아냥도 들었을 정도다.

그렇다면, 충북 제천사람인 김화자 씨의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NO'다. 충북은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 중에서 2명을 품고 있다. 3대 악성은 고구려의 왕산악(거문고), 신라의 우륵(가야금), 조선의 박연(국악이론) 선생이다. 그런데 우륵은 충주·제천·괴산, 그리고 박연은 영동과 관련이 매우 깊다. 충주시는 우륵 국악단을 운영 중이고, 영동군은 난계국악단을 세계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것만 봐도 국악 초기, 충북은 국악의 성지 급이다. 제천 향토학자들이 '우륵 선생' 찾기에 나서 국악계에 관심을 받고 있다. 제천 향토사가 류금열 학자는 최근 '청풍성열현인악성우륵(771쪽)'이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우륵이 제천 청풍사람'이라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우륵은 삼국사기에 '성열현(省熱縣) 사람'으로 기록돼 있다. 성열현은 지금의 제천시 청풍면이라는 게 류 학자의 설명이다. 류 학자는 "제천시 청풍대교 인근에 평등석(자연석)이 있었는데, 거기 평등석에서 우륵 선생 등 악사들이 노래와 함께 풍류를 즐겼다"며 "지금은 평등석이 수몰돼 사라졌지만, 청풍지역은 우리나라 국악(음악)의 성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청풍면 물태리에 위치한 청풍명월비 비석 인근에서 우륵 선생이 악사들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KakaoTalk_20210816_104539671
제천시 의림지 인근에 위치한 '우륵샘'. 우륵 선생은 이곳에서 물도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고 전해지고 있다.
류 학자는 "1893년 우리나라 33명의 악사들이 제천 청풍면에서 우륵 정신을 받들고자 악단을 조직했다"며 "관악과 현악, 타악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 6.25 전쟁 때 악기 등이 분실되면서 국악단 조직도 모두 흩어졌다"고 설명했다.

우륵의 흔적은 충북지역 곳곳에서 발견된다. 옛 문헌에 따르면 우륵은 제천 백운면 장금대에서 신라인 3명을 가르쳤다. 우륵은 또 제천의 구담봉(제천과 단양 경계)과 봉양 파병암, 의림지, 청풍면 등지에서 가야금을 연주했다. 괴산 제월대에서도 연주한 기록이 있다. 충주로 가보면 우륵이 탄금대에서 신라인의 제자를 가르쳤다는 기록도 발견됐다.

영동군과 박연(1378∼1458)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일단 박연의 묘소가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에 위치해 있다. 박 연은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음악가다. 박 연의 묘소는 1987년 3월 충북도 기념물 제75호로 지정돼 있다. 영동군은 박 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그의 호를 딴 '난계국악단'도 운영 중이다. 국악단은 충북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활동 중이다.



KakaoTalk_20210816_110000337
'제천 백운면 장금대'. 우륵 선생이 이 바위 위에서 신라인 3명을 가르쳤다고 전해진다. 우륵 선생이 돌아가신 뒤, 이 바위가 울었다고 해서 '명(鳴) 바위'로 전해지고 있다.<제천 류금열 학자 제공>

충주와 영동지역에서 이젠 국악 관련 방송도 들을 수 있다. 사실, 엄두도 못 냈던 일이다. 국악방송은 현재 충주와 영동 지역에서 국악관련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국악방송은 2019년 3월부터 주파수 FM 99.3MHz를 통해 하루 24시간 영동군 전역에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 국악방송은 또 같은 해 충주국악방송을 정식으로 개국했다. 현재 국악방송 주파수는 FM 101.7MHz로, 충주시와 음성군 지역에서 수신된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은 "국악방송이 충북 일부지역(충주와 영동)에서 국악과 관련한 방송을 송출하는 것은 큰 의미"라며 "그만큼 충북지역이 국악과 매우 밀접한 관계로 해석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2명이 충북과 큰 연관성을 갖고 있다 것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충주시 관계자는 "(충주)탄금대는 악성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연주한 곳으로 우륵의 선율이 흐르는 역사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제천=손도언 기자 k-55son@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