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석 소설가 |
예전에 출퇴근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꼭 이런 상황과 맞닿는다. 빽빽한 지하철에서 몸까지 피곤하면 내 앞좌석에 앉은 사람이 빨리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상욱 시인은 '서울시(詩)'라는 위트 있는 시집을 발간해 한때 인기를 끌었다. 통상적인 의미의 '시(詩)'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박하사탕 같은 짧은 글로 깨소금 웃음을 주었다. 그도 내가 언제 '서울시'라고 했지 '시집'이라고 했냐고 하는 식이다. 다른 시도를 한다는 것, 더 나아가 새로운 선택을 한다는 것은 늘 사회적 진보를 가져왔다.
반면 사소한 선택이 나쁜 결과를 가져오거나 불리한 상황이 반복되어 원치 않는 쪽으로 가는 걸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도 계속 변이에 변이가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이 꼭 불행이 꼬리를 물고 오는 것 같다. 이쯤 되면 코로나19를 달고 살아야 하냐 싶을 정도다.
야당의 윤 모 대통령 후보는 보수 쪽 정서를 겨냥했는지 '중국 우한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 중국인의 입국을 막았어야 했다'라며 문 정부의 친중 성향을 비꼬기도 한다. 모 후보의 의도가 세계적인 코로나 펜데믹 상황이 마치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고 있다고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지만, 통제와 통제를 해도 상황이 불리한 쪽을 간다면 '머피의 법칙'을 생각해 볼 일이다.
사실, 장기간 계속되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 국민들도 지쳤고,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파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통제 위주의 정책은 '내 손해를 국가가 보상해 줄 거야'하는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당근처럼 던지는 재난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이런 공짜 돈을 줄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세금은 어떤 놈들이 착복한 거야'하는 역설적인 물음이 들기도 한다.
오늘내일 끝날 것 같지 않은 이 펜데믹 상황은 통제보다는 이제는 인센티브 정책으로 가는 길을 택해야 하지 않냐 싶다.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간에 접촉을 통해 퍼지는데 매일 지옥철에서 출퇴근 전쟁을 치르면서 바이러스가 퍼지지 않기를 바라는 건 모순이다. 마치 시인의 위트 있는 말처럼 내 앞에 앉은 사람이 빨리 일어나 주기를 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요즘 10대들의 놀이터가 있다. 게임용 고글을 쓰고 3D 입체화면이 펼쳐지는 메타버스에 들어가 논다고 한다. 어른들도 재택근무를 하면서 고글을 쓰고 메타버스에 들어가 일을 할 수 있다면 대면접촉을 줄이고 펜데믹 상황도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국가는 통제보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인프라 구축과 기업이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방으로 내려가더라도 행정단위에서 우후죽순처럼 만든 축제와 그 인프라를 과감히 이번 펜데믹 기회에 정리해야 한다. 관광버스 대절하며 다니던 군중 관광 시대를 끝내고 개인 여행 시대로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국민이 정부나 차기 대선 후보에게 바라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정부이다. 불행을 몰고 다니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 걷자고 말하는 그런 선구자적인 대선 후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념을 가진 정책도 없으면서 후보 간에 마타도어에만 힘쓴다면 정말 코로나 펜데믹이 끝날 것 같지 않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