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부족으로 타 지역으로 떠나는 악순환 되풀이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이후 훈련 장소 찾기 어려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팬데믹이 1년 넘게 계속되면서 지역 전문 체육인들이 설곳을 잃고 있다. 최근 폐막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에 대한 국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성장한 체육 엘리트가 입단할 지역 연고팀이 부족해 체육 인프라 조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여기에 이들이 운동하는 한밭종합운동장까지 사라지면서 훈련 장소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5일 대전시체육회에 따르면 대전에서 운영중인 체육분야 실업팀은 대전시청 소속 태권도팀 등 5종 6팀, 체육회 7종 10팀, 유성구청 1종 1팀으로 총 13종 17팀이다. 최근 10년간 자치구 소속 실업팀 8개가 해체됐고, 체육팀을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지역 기업도 없어 척박한 체육환경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소속팀은 유성구의 레슬링팀 1곳으로 6대 광역시와 비교했을 때 가장 적은 수준이다.
사진출처=연합 |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던 펜싱 메달리스트 오상욱, 배드민턴의 공희용, 육상의 우상혁 선수도 대전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았지만 훈련할 수 있는 실업팀이 없어 타 지역으로 가야 했다. 게다가 내년에 한밭종합운동장까지 사라지면 전문 체육인들이 훈련할 장소를 잃게 된다. 현재까지도 높이뛰기, 멀리뛰기, 장대높이뛰기 등 육상 선수들이 한밭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지만, 내년 경기장이 폐쇄되면 훈련 장소를 떠날 수 밖에 없다.
시에서는 대체지로 충남대 종합운동장 개방을 제시했지만, 기존 한밭종합운동장보다 먼 거리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또한 일반 대학교 운동장은 우레탄으로 포장돼 있지 않아 자칫하면 선수들의 발목에 무리를 줄 수 있는 상황이다. 지역 체육계는 이 같은 문제가 시급히 보완되지 않을 경우 지역 체육 저변 자체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역 연고팀이 부족해 지역 체육 엘리트 선수들의 유리천장이 견고화되고 있는 가운데 훈련 장소마저 부족해 국가차원의 체육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지역에는 실업팀 수도 매우 적고, 진로의 폭이 너무 좁은 상황"이라며"지역을 대표한 선수들이 국제대회 같은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지역민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느냐. 하루빨리 엘리트 선수들을 위한 팀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의견을 표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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