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전여전(母傳女傳)이랬던가. 외손녀도 제 엄마를 닮았는지 벌써부터 칼국수를 참 잘 먹는단다. 대전은 자타공인 칼국수의 메카다. 각양각색, 다양한 맛의 칼국수가 지천이다. 오죽했으면 전국 유일의 '칼국수 축제'까지 있을까.
물론 지금은 코로나 19시대의 살벌한 즈음이라서 다른 축제와 마찬가지로 무기 연기된 상태지만. 8월은 의미가 깊은 달이다. 아들과 손자의 생일이 겹치기 때문이다. 아들을 낳던 날도 폭염이 단단히 기승을 부렸다.
당시 단칸방에서 살았는데 가난했으므로 지금처럼 에어컨이 있을 리 만무였다. 달달거리는 고물 선풍기 하나에 의존하며 무더위에 기진맥진한 아내가 특히 힘들었다. 아들이 생후 백일을 갓 지나 회사의 근무지 조정 덕분에 대전으로 이사했다.
사통팔달의 대전역과 목척교, 보문산과 대청호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차고 넘쳤다. 이후 출생한 딸도 데리고 대전의 이곳저곳을 나들이하길 즐겼다. 얼마 전 아들의 생일을 맞았다.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아들네 식구가 대전으로 다 내려오든, 아님 우리 부부가 아들 사는 화성으로 달려갔을 터였다. 그리곤 맛난 음식을 나누며 회포까지 풀었을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그마저 봉쇄하는 악재로 작용했다.
곧 도래하는 손자의 생일 때도 반가운 상봉과 정겨운 가족식사는커녕 고작 영상통화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손자 역시 부전자전(父傳子傳)으로 칼국수를 좋아한다던데….
언제부턴가 대전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2013년에 153만 2811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올 7월 현재 145만 5300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포퓰리즘 발언도 크게 작용했다.
인근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사상 최대로 폭등했음은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인구 감소라는 우울한 모드에 잠겨있던 대전에 반전의 기회가 보인다. '대전 신세계 아트 엔 사이언스'가 주인공이다.
8월 27일 문을 여는 이곳은 앞으로 대전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건물의 엑스포 타워 38층에 위치한 커피숍에서 대전 시내를 조망하며 마시는 차라면 어떨까.
당연히 한국 영화 '내부자들'에서 명대사로 꼽혔던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 잔 해야지?"를 뛰어넘어 "이제 대전 가면 신세계 사이언스는 기본으로 들러야지?"라는 유행어까지 촉발시킬 듯싶다.
이와 더불어 더욱 고무적인 현상은 대전 역세권 개발과 함께 그동안 장기 과제였던 유성복합터미널 건설이 마침내 삽을 뜨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임시방편으로 지하철 구암역 옆에서 승객을 맞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용전동의 대전복합터미널처럼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그야말로 명실상부 고객 만족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고령화 급증 현상은 어쩌면 전쟁보다 더 무서운 국가 위기 상황이다.
인구 감소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특징을 보인다. 소비 감소는 기본이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인구 절벽=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현상)까지 발생하게 된다.
누구보다 대전을 사랑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대전 신세계 아트 엔 사이언스'의 개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를 계기로 대전 인구 증가의 디딤돌까지 보이는 듯하여 반갑다. 가족 모두 동행하여 얼른 가고 싶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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