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차종을 리콜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넘어간 뒤 문제가 생길 때 합의금과 과징금을 지불하는 것을 놓고 기업은 비용편익 분석을 통해 의사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똑같은 사고로 죽고도 나이와 기대 소득 증가분에 의해 누군가의 생명값은 30배의 차이가 나기도 한다.
삶은 공정하고 정의로울까? 철저하게 경제적 가치로 삶과 죽음, 피해가 매겨질 때 때로는 동화같은 결말을 기대하기도 한다.
삶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해석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마녀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마녀는 꿈을 지킨다'(무라야마 사키 지음, 한성례 옮김, 씨큐브 펴냄, 272쪽)가 지극히 동화적 감성을 통해 따뜻하고 투명한 세상을 그리고 있다면, '생명가격표'(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지음, 연아람 옮김, 민음사 펴냄, 328쪽)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가치가 얼마나 철저하게 숫자로 매겨지고 받아들여지는 가를 보여준다.
사고, 부상, 사망의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문제들은 자동차 회사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그렇다면 그 위험성이 얼마나 증가해야 기업은 리콜과 같은 조치를 취할까? 모든 결함과 문제에 대해 매번 리콜을 실시한다면 그 어떤 자동차회사도 경영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방법 중 하나는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하여 적어도 두가지 시나리오의 순 현재 가치를 비교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에서 두가지 시나리오란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는 차종을 리콜하는 것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넘어간 뒤 훗날 합의금과 과징금을 지불하는 것이다.-'생명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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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목숨은 얼마인가?=안전장비 없이 평택항 부두내에서 적재함 정리 작업을 하다 컨테이너에 한 대학생이 깔려 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한강에서 친구와 술을 마시다 대학생이 사망했다.
관리 소홀과 안전 불감증으로 발생한 한 대학생의 사망과 여전히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는 한강 대학생의 사망 사건 모두 가족에겐 비통하고 슬픈 일이다. 하지만 대중과 미디어의 관심은 갈렸다.
모든 미국인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 9.11 테러 역시 희생자 가족이 받은 보상금은 철저히 가치로 매겨졌다. 30배 차이가 날만큼 사람의 목숨과 생명은 가치가 서로 다른 것일까?
유엔인구기금에서 유엔 주요 사업의 수석 데이터모델러를 맡아온 통계학자이자 보건경제학자인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생명 가격표'를 통해 '인간의 생명의 가치 측정'이라는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현대 사회의 핵심 이슈를 제기한다.
그는 "우리 생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가격표가 매겨진다"며 "그 가격이 늘 공정한 것은 아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법원의 판결, 장기 이식의 우선순위를 비롯한 모든 의료적 결정, 양육비용, 기업의 오염 물질 관련 원칙, 보험과 보상금 등 우리 주변에서는 끊임 없이 생명 가격표가 매겨진다. 저자는 그 생명가격표가 불공정할 때가 많고, 젠더, 인종, 민족, 문화적 편견이 크게 작용한다고 말한다.
결국 낮은 가격표가 매겨진 사람들은 제도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것이다.
책은 인간 생명에 일상적으로 가격이 매겨진다는 불편한 진실을 시작으로그 가격표가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가격이 절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하며 더 큰 위험에 노출된 낮은 가격표의 사람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바로 그때 거울을 통해 손자에게 확신을 주지 못해 슬퍼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할머니의 얼굴에서 그토록 슬픈 표정을 본건 난생 처음이었다. 할머니가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손자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늘 활달하고 밝았던 할머니의 얼굴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내가 나약한 아이로 머문다면 할머니가 계속 슬픈 표정을 지어야 하겠지?'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녀들의 세계= 인간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신비한 마법을 사용하는 마녀가 약자들의 위기를 구해준다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할까.
'마녀는 꿈을 지킨다'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라고 할 만큼 따스한 마음과 약자들에 대한 측은 지심을 갖고 있는 마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 마녀는 항상 선의를 위해 마법을 사용하고, 이기적이지 않은 너그러운 마음씨로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넓은 포용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닌, 마법을 통해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흔히 생각하는 마녀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상공위에서 넉넉한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다 보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나면 즉각 마법의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 생명을 구하고, 부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다.
7편의 이야기 모두 마녀가 등장하는 판타지이지만 마녀가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지는 않는다.
그저 보이지 않는 마법을 통해 고통과 시련속에서도 신념과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열심히 살면 하늘, 혹은 신이 도와준다는 동화속 결말 같다고나 할까.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책 전반에 흐르고 있다.
무라야마 사키는 마이니치 동화 신인상과 무쿠하토주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동화작가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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