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과 일방적 철거 등으로 남길 수 없었던 근현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정착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대전에서는 대전형무소 관사와 옛 충남경찰청 상무관 등 대표적인 문화유산 훼손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대전형무소 관사는 지역 내 유일한 자원이었으나 공공주차장 조성 등 개발 붐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옛 충남경찰청 상무관은 문화재청이 국가등록문화재를 권고한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별채' 공유공간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면서 원형 훼손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대전형무소 관사는 끝내 지켜내지 못했지만, 상무관은 훼손 우려에 대한 중도일보 보도 후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대전시는 관련 부서와의 재논의 후 국가지정문화재로 신청·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근현대문화유산은 50년에서 100년 안팎에 지은 것으로, 다수는 일제강점기 시대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보존의 가치 판단을 유보했었다. 반대로 당시 문화유산을 모두 훼손하고 허문다 해도 그 시절이 지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보존과 교육 등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는 지자체 나름의 선별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철거 이전에 촬영된 대전형무소 관사 모습. |
이에 대전시의회 홍종원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동료 의원 14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한 '미래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안'이 지난 5월 통과됐다. 조례안의 핵심은 대전 문화유산을 자발적으로 보존·관리해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이다. 이를 위해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구성해 미래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미래유산을 선별하면 대전시장이 선정해 지정하는 방식이다.
다만 미래유산제도를 도입하면서 보존과 관리를 담당하는 현장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근대문화유산을 별도로 다루는 법이 없고, 기존 문화재 관리도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여기에 미래유산은 소유자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신청해야 하는 만큼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전의 한 문화재 전문가는 "우선 대전시의 비지정 문화재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그래야 우선순위를 고를 수 있고, 이를 위해 예산과 전담인력 배치를 통해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유산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는 것이기에 가치 판단 기준점을 잡는 것도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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