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미지시대 열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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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미지시대 열어보기

양동길 / 시인

  • 승인 2021-08-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이미지 시대다. 미디어 이미지시대, 이미지 과잉 시대라고도 한다. 이미지는 대상에서 받는 직관적 인상으로 심상, 영상, 표상을 포함한다. 그런 이미지가 우리 일상과 사고를 지배한다. 이미지로 짧은 시간에 더욱 풍성한 정보를 소통하고 느낀다. 시각적인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오감 모두 이미지화 한다.

이미지는 생산자가 소비자이고 소비자가 곧 생산자이다. 가지고 있는 만큼 달라지는 특징이 있다. 부지불식간에 느끼기도 한다. 사진이라고 해서 표면적 객관 사실만 담기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말이다. 진실 또는 가상, 창조된 이미지가 담겨있다. 보기에 따라 내용이 천차만별이 된다. 같은 내용이지만 소비자에 따라 소통하는 정보의 양이 달라진다.

이미지에 대한 이미지가 새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적극 활용하지 않았거나 활용 방법이 달랐을 뿐이다. 하나만 살펴보자.

고사는 말 그대로 예전에 일어난 평범하지 않은 일화이다. 선망의 대상, 표상, 교훈이 되기도 하는 내용이다. 그런 고사나 고사속의 인물을 형상화 한 것이 고사인물도다. 고사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요, 교본, 근신 및 처신의 본보기로 삼기도 한다. 그림이니 당연히 감상, 음미의 대상이기도 하다.



고사인물도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있을까? 누가 대상이 되었을까? 궁금했다. 대상을 공부하고 분류해본 일이 있다. 고결한 인품, 청빈, 은일, 소확행, 유유자적, 기행, 예술정신 및 활동, 효자충신 등이다. 강태공, 부열, 하지장과 같이 출사하여 공을 세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이와 숙제, 소부와 허유, 엄자릉, 임포, 죽림칠현과 같이 벼슬을 마다하고 평생 은일로 일관한 사람이 등장한다. 이백, 두보, 대옹, 구양수, 도연명, 맹호연 등 시인과 예찬, 왕희지 등 서화가가 대상이 되기도 한다. 왕충과 같이 모든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학문과 저술에만 몰두한 사람도 등장하고, 소무와 같은 충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백아와 종자기 같은 지피지기의 우정이 모델로 되기도 하며, 도교팔선이나 음주팔선과 같은 기행도 빠지지 않는다.

아직 통계까지 내보진 않았다. 종합해보면 탈속해서 멋을 즐기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멋을 동경하고 선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지식과 교양, 품격 있는 고상한 지적 놀이로 즐겼다.

세태가 끈덕지게 앉아서 공부하고 수행하기를 즐기지 않는다. 수고를 아끼려 한다. 과정 없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서지 않고 뛸 수는 없는 일이다. 과정의 길이는 다를 수 있다. 그것은 성찰능력, 바탕에서 비롯된다.

이 시대의 표상은 무엇일까? 그를 창조하는 노력, 바른 문화가 필요하다. 이미지시대라고만 할 것이 아니다. 이미지 읽는 법을 익혀야한다. 이미지 읽기와 창출 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방법의 하나, 음풍농월로 인식의 토대를 확장하고 함께 즐겨보려 한다.

양동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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