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세상에 이런 개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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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세상에 이런 개도 있나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 승인 2021-08-13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가슴이 뭉클한, 허구 같은 실화 한 편을 읽었다.

개에 관한 이야기였다. 인간성 상실의 각박한 세태를 개탄하는 소리가 난무하는 요즈음 눈이 번적 뜨이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흔히 사람 못 돼 먹은 위인을 일컬어 개만도 못하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슴 뭉클한 이 개의 실화는 그런 말을 무색케 하는 것이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시골 작은 마을에 살고 있던 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곳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자식이 없어 한 마리의 개를 자식 삼아 키우고 있었다. 집이 가난하여 할아버지가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생계유지를 했고, 할머니는 백내장으로 눈이 보이질 않았다.



이 노부부는 자식이 없어 그 개를 자식 삼아 정성과 사랑을 다해서 키웠다. 개를 키운 지 3년이 되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그 집의 형편을 잘 아는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장례를 치러 주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며칠 후 그 집의 개가 한 집으로 자기 밥그릇을 물고 들어갔다. 마침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그 개는 밥그릇을 마당 한 가운데 놓더니 멀찌감치 뒤로 떨어져 엎드려서 가만히 밥그릇만 쳐다보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그 개가 주인을 잃어서 밥을 제 때에 못 얻어먹어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불쌍한 생각에 남은 밥을 퍼 주었다. 개는 밥이 담긴 밥그릇을 물고서 집을 나갔다. 아주머니는 자기 집으로 갖고 가서, 밥을 먹겠구나 생각하고 부엌일을 마친 후 시장엘 나갔다. 아낙은 시장가는 길에 그 혼자되신, 백내장으로 앞을 못 보는 할머니가 어찌 사시나 걱정이 돼서 낮은 담 너머로 넘겨다보았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발걸음을 멈추고 할머니의 집안을 계속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보았던 개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가 마루에 걸터앉아 있는데 아침의 그 개가 당신이 준, 밥이 담긴 밥그릇을 먹지 않은 채로 마루에 올려놓고선 눈이 안 보이는 할머니의 소맷자락을 물고 손을 밥그릇에 다가가게 해서 밥을 먹으라는 시늉을 계속 하고 있는 거였다.

결국 할머니는 개의 뜻을 알아차리고는 밥그릇에 손을 가져가 그 밥의 절반을 잡수시고 나머지는 개에게 미뤄줬는데 그제야 개가 자기 밥을 먹더라는 것이었다.

마침 지나가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우연히 본 것이 소문으로 마을 전체에 퍼져 나갔다. 이 일이 있은 다음 날 그 개는 어제 갔던 집이 아닌, 다른 집으로 밥을 타러 갔다. 개도 사람 심리를 알아서였는지 같은 집을 두 번 가지는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소문으로 그 개를 아는지라 개가 밥그릇을 물고 오면 깨끗한 새 그릇을 준비해서 거기에 밥과 반찬을 고루 넣어 주었다. 역시 그 개는 어김없이 밥그릇을 물고 집으로 가서 할머니께 드리고, 할머니가 남긴 밥을 미뤄주면 그때서야 자기(개)가 먹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마을 사람들은 그 개를 '사람보다 나은 개'라며 군청에 건의해서 효자 상을 줘야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군청에선 당황하며 사람이 아니라서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부모에 무관심한 사람이나 불효하는 자식보다 나은 개라는 생각이 들었다.

짐승이지만 반포보은(反哺報恩)을 실천하는 충견(忠犬)이었다. 결초보은(結草報恩)이 책자의 글씨로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주변에는 훌륭하고 좋은 사람도 많다. 부모님을 잘 챙기는 효로써 칭송 받는 향덕이로, 심청이 같은 맥이 뛰는 천연기념물로 사는 사람도 있다.

허나 한편에는 부모님을 가슴 아프게, 눈물 나게 하는 위인들도 종종 있는 것이 솔직한 우리 현실이다.

오늘 가슴 뭉클한 개의 감동실화가 흐뭇하면서도 왜 이리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자식들이, 위의 충견(忠犬)처럼 살진 못해도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마음의 자세만 돼 있다면 이런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비록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이렇게도 마음에 와 닿는 깨달음을 주는지 모르겠다. 염화시중(拈華示衆)의 고사에 나오는 가섭의 미소가 바로 내 것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불로소득(不勞所得)이었지만 탐탁한 내 몫임에 틀림없었다.

불현 듯 수십 년 전에 먼 길 가신 부모님이 떠오른다. 연결고리 꼬리가 있었는지 장모님, 장인어른까지 가세하여 마음을 얼룩지게 하시고 있었다.

제대로 효다운 효 한 번 해 드리지 못한 데에 대한 한 때문이었으리라. 기회를 놓칠세라 따라 나온 박효관 시조도 한 몫 거들어 부채질히고 있었다.

뉘라서 가마귀를 검고 흉타 하돗던고.

반포보은(反哺報恩)이 긔 아니 아름다운가.

사람이 저 새만 못함을 못내 슬허하노라 - 박효관 -

'있을 때 잘해'라는 평범한 한 마디까지 거들고 나와 마음을 후벼 파고 있었다.

우연히 접하게 된 일화 속의 개 한 마리가, 까마귀가 위인처럼 보이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개도 있나 '

개의 마음이, 까마귀 마음이, 사람의 마음으로 그대로 치환되어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훈훈한 그 마음이 전도열 되어 용광로 가슴이 되었으면 한이라도 없겠다.

자식은 효도하고 부모는 보듬는 사랑으로 인향(人香) 만 리 삶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사람들이 반포보은(反哺報恩)하는 까마귀로 환생하여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남상선 / 수필가, 전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남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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