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충남도청사 부지 소유권을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지더라도 대전시가 실질적인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 바로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다.
2017년 제정한 이 법은 정부가 매입한 공공청사와 부지를 관할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장기 대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적 소유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갖되, 활용방안을 위한 실질적인 권한은 대전시가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옛 충남도청사 소유권은 내년 1월부터 충남도에서 문체부로 이관되지만, 이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옛 충남도청사 활용과 관련해 근현대사박물관 등 숱한 공약이 쏟아졌다. 하지만 2013년 충남도청이 충남 내포신도시로 이전한 후에도 구체적인 활용방안은 나오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문체부가 2016년 매입을 시작하면서 멈췄던 활용방안이 또다시 거론됐지만, 아직도 정해진 건 없다.
2005년까지 광주광역시에 있던 옛 전남도청도 목포로 이전했다. 옛 전남도청사 활용방안을 놓고 광주시민들은 5·18 역사의 상징인 만큼,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광주시와 문체부가 함께 활용방안을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쓰고 있다.
또 옛 충남도청 방안 수립보다 한발 늦게 진행되고 있는 옛 경북도청의 사례도 비슷한데, 이번 충남도청의 활용 방안이 문체부 측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이어진다. 2016년부터 대구시청의 별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옛 경북도청은 경북도가 2022년 12월까지 소유권을 가지고 있고, 2023년 이후에 문체부로 소유권을 이전할 예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옛 충남도청의 활용방안을 옛 경북도청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 문체부의 머릿속이 복잡할 것"이라며 "대전시가 그려놓은 그림을 문체부와 지속해 협의 중이고 8월말로 예정한 중간 용역보고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 측으로부터 '소유권 이전은 불가하다'는 답을 받았지만, 정부가 매입한 부지를 지자체에 장기 대부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이 있는 만큼, 대전시가 활용방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국유재산특례제한법은 옛 충남도청사와 같이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부지 활용 권한을 해당 지자체에 주기 위한 취지를 담은 만큼 대전시는 물론 지역 정치권의 공조체계를 더욱 다져야 할 필요가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을 상징하는 문화재를 문체부가 그들만의 시설로 계획하고 추진한다면 지역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대전·충남의 역사를 보존하는 동시에 지역은 물론 국가적으로 랜드 마크가 될 수 있는 활용방안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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