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중 가장 치열한 시간이자, 숨고르기의 시간이기도 한 여름의 한복판 지역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거 나왔다.
대전중구문학회, 백수문학회,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가 여름호를, 50여년간 대전에서 약국을 운영하며 틈틈히 글을 써온 한진호 작가는 약학탐구 연작 옴니버스 소설인 '유턴(한진호 지음, 개미 펴냄, 240쪽)'을 발간했다.
▲'여름호'의 화두는 상실과 희망=코로나 19로 그 어느 때보다도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지역문학단체들은 이번 '여름호'의 주제를 상실과 희망으로 잡았다.
지난 1993년 사업가와 교원, 공무원, 주부 등 100여명의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 만든 문학단체인 '대전중구문학회'에 그 어느때보다도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38명의 회원 작품들 모두 지난 겨우내 계속된 황망했던 생활을 딛고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소시민의 여정을 그대로 담았다.
또한 올해 대전중구문학대상을 받은 강현규씨의 '이런대인군자 어디 계십니까'와 송귀준 씨의 '나그네'가 특집으로, 권두시로 한진호, 황한섭씨의 시와 수록됐다.
이규하씨의 '헤겔의 유심론', 이주영의 '파시즘 백신으로써의'의 평론과 함께 소설, 작가가 만난 사람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 독자들의 다양한 시각에 맞췄다.
광주 유양업 화백이 재능기부한 그림이 표지화로 실려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발전하는 중구문학회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세종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백수문학회도 95번째 백수문학을 발간했다.
현송 김모송 시인의 '대설', '오메 쑥도 단풍드네', '새해첫날', '마지막 사과', '낮달', '일출의 비상' 등 디카시를 특집판으로 편성했다.
김 시인은 코로나 19시대에 자연이나 사물을 사진에 담고 자신의 여러 감상을 시로 담은 시인이다.
김일호 백수 문학회장은 "코로나 19로 국가는 국가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어려움을 극복하기 이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김 시인의 사진과 글은 읽는 사람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수문학은 28명의 회원들의 시와, 동시, 수필, 동화, 연재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수록해 회원들의 창작열기를 도왔다.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가 발간한 '해외문학'도 25호와 26호를 연달아 선보였다.
중국과 미국, 일본,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이 참여한 해외문화는 대전은 물론, 제주, 일본, 탄자니아, 호주 등 타지, 타지에서 겪는 다양한 감상을 글로 옮겼다.
1940년생으로 올해로 81세가 된 원로 소설가가 써내려간 '유턴'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소 생소한 약학에 로맨스를 녹여 냈다.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약사가 주업인 작가의 전공을 살려 소설 전반에 K-마이신이라는 약제가 주요 소재로 사용된다.
'유턴'의 의미도 함축적이다.
결국 요양병원으로 돌아오거나, 미국행에서 고국으로의 유턴, 환자의 갑작스런 변고로 인한 비행기 유턴 등 작품속 유턴은 소설의 극적 장치인 동시에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끔 한다.
소설은 주인공 주정진이 신약을 개발하고 막대한 자본력으로 '정진그룹'을 설립하고 국회의원으로 입성하는 일대기를 보여준다.
미국대통령과 일본수상, 중국의 주석 등 G3 국가 수반과 사돈을 맺는 등 다소 동화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 소설은 80대 노작가가 그리는 찬란한 삶의 의미를 말한다.
충남 공주 '우리들유턴요양병원', 논산훈련소, 대전 다문화교회, 다문화센터 등 지역을 배경으로 한 설정도 흥미롭다.
작가 한진호는 대전당약국 대표약사로 근무하며 약사들 문인 모임인 대한약사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한 약학자이자 소설가다.
교수, 시인, 작가, 음악가, 화가, 공무원, 회사원, 사업 등 100여 명의 다양한 직업군이 모인 대전중구문인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번 '유턴'과 함께 두번째 시집인 '다시 몽돌의 노래'도 발간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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