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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년 제헌 헌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선 1~19대 대통령 12명이 탄생했다. 이 가운데 충청 출신은 제2대 윤보선 대통령 1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내각제 체제에서 간접선거로 선출됐다. 4·19와 5·16 등 격동의 현대사를 거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임기 역시 고작 1년여에 불과했다. 충청 대통령으로서 역할을 기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시대적 상황이었던 셈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현재까지 34년간 충청 출신 대통령은 단 1명도 없었다. 물론 청와대에 입성하기 위한 지역 여야 정치인의 도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바통은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받았다. 김 전 총리는 "충청도가 핫바지냐"는 불세출의 어록을 남기며 충청 중시의 세력화를 꿈꿨다. 1987년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과 13 대선에서 겨뤘지만 8.0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1997년 15대 대선에선 DJP 연합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을 도우며 차기 대권 도전 와신상담을 노렸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회창 전 총리 역시 3차례나 대선에 도전했지만 쓴잔을 마셨다. 북한 황해도 출신인 그는 부친 고향이 충남 예산으로 충청 주자로 분류됐다. 이 전 총리는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보수 야권인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는데 각각 38.74%와 46.58%를 얻었지만 석패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도 이 전 총리는 무소속으로 깃발을 들었지만 15.07%의 저조한 득표에 그치며 꿈을 접었다.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충청 대망론 깃발을 들었던 주자도 있다. 3선을 지낸 심대평 전 충남지사도 대권에 도전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 충청 중심의 보수 정당인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섰지만 중도에 사퇴했다. 이완구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실제 출마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청대망론 주자로 지역의 기대를 받기도 했다.
최근 들어 가장 임팩트가 컸던 주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였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대연정 제안으로 '집토끼' 진보 진영에서 '산토끼' 중도 보수 진영으로 확장을 노렸던 안 전 지사는 한때 당시 경선 경쟁자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파란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른바 '선의' 발언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경선에서 패했다. 안 전 지사 최종 득표율은 21.5%로 문 대통령(57.0%)에 이어 2위를 기록한 바 있다. 안 전 지사는 경선 선전을 바탕으로 2022년 대선 유력 후보로 부상하는 듯했지만 2018년 초 ‘미투 파문’에 연루돼 사실상 정치생명이 끝났다는 시각이 많다.
내년 3월 예정된 차기 대선을 앞두고선 양승조 충남지사가 충청대망론에 군불을 땐 바 있다. 4선 의원으로 당 사무총장과 최고위원 보건복지위원장 등 탄탄한 '여의도 내공'과 광역단체장을 거치면서 행정력까지 검증받았던 양 지사에 거는 기대는 컸다. 경선 과정에선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을 대한민국 3대 위기로 규정하고 이를 극복을 위한 주거 교통 등 다양한 복지 정책을 앞세워 승부를 걸었지만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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