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충남도지사 관사서 서울방송에 연결
대전서 서울사수 대통령 특별담화 방송 후 반복
1950년 대전방송국 방송과장으로 전시 중앙방송을 이끈 고 유병은 옹이 남긴 초창기 방송시대 역사를 기록한 '방송야사' |
유병은 자서전에 의하면 당시 32세 대전방송 과장으로 재직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1950년 6월 27일 저녁식사 시간에 목동 관사 출입문을 요란하게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나가보니 정장차림의 신사(이승만 대통령의 경호실장)가 권총을 빼들고 서 있었다. 검은색 승용차에 탑승해 가보니 충남도지사관사였고 정문에 이영진 지사가 서 있어 인사를 했더니 묵묵부답으로 들어가라는 손짓만 하더라는 것. 방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영부인이 있었고, 이 대통령은 이 방에서 밤 9시에 방송을 하도록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또 방송이 나가기 전까지 누가 어디서 무슨 내용의 방송을 할 것인지 누설하지 말고 비밀에 붙일 것을 명령하고, 방송내용을 녹음해 여러번 반복적으로 방송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유병은 과장은 중계방송에 필요한 방송기재를 충남도지사관사로 가져오고 대전전화국 숙직자를 불러 대전방송국까지 방송선을 긴급 설치하도록 했다. 유병은 옹은 회고록을 통해 방송을 준비하는 동안 이승만 대통령은 책상에 앉아 방송할 원고를 쓰며 깊이 생각하며 수정하고 몇 번이고 연습하는 매우 긴장된 모습이었다고 기록했다. 자석식 전화기 핸들을 돌려 서울방송국 조종계를 불러 오후 9시 시보 후 대전으로 큐를 넘기도록 했고, 이를 통해 이승만 대통령의 대전에서의 특별담화가 방송됐다. KBS대전방송총국 60년사는 유병은 전 방송과장의 회고록을 인용하며 "대전에 피난을 와서도 서울에 있는 것처럼 서울 시민들을 안심시키며 인민국이 서울 외곽까지 쳐들어왔는데 우리 국군이 의정부를 탈환했으니 생업에 전념하라는 어처구니 없는 방송이었고,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다"라고 서술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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