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수영하고 마실가던 대전천의 모습은 '흑백'으로만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수영하고 마실가던 대전천의 모습은 '흑백'으로만

김소희 정치행정부 기자

  • 승인 2021-08-11 08:23
  • 수정 2021-08-12 15:38
  • 신문게재 2021-08-12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사진
김소희 기자
1997년 대전천에서 어린 아이들이 모여 물놀이를 하고 있다. 1998년 4월 대전 천변을 가득 채울 정도로 유채꽃이 피어 있다. 2002년 5월 대전천에서 수영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전시가 운영하는 사진 아카이브 '대전 찰칵' 홈페이지에서 본 대전천의 옛 모습이다. 어린 아이들이 여름이면 친구와 대전천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인근을 산책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변을 가득 채운 유채꽃도 흑백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기록된 사진이 흑백임을 증명하듯이, 대전천이 지닌 추억과 역사는 점점 옅어져 갔고, 시민들과의 거리도 멀어져만 갔다.

타지에 사는 친구가 언젠가 한 사진을 보며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여기가 대전이 맞느냐고 말이다. 사진을 보니 갑천에 있는 엑스포 다리였다. 엑스포 다리, 한빛탑, 그리고 갑천까지. 어느덧 대전을 대표하는 하천은 갑천이 된 듯했다. 대전의 자랑이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지역민과 함께한 대전천이 대표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었다.

지난주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의 재발견] 기획연재 기사를 위해 직접 대전천을 산책했다. 사실 대전천을 그렇게 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중도일보에서 추진하는 달빛걷기대회에 참가해 갑천은 여러 번 걸어본 적이 있었다. 사전 기초 지식이 없었을 땐 갑천과 대전천이 비슷한 상황일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전천을 방문하니 기대했던 바는 산산조각이 났다. 대전천은 갑천에 비교할 수 있는 하천이 아니었다. 하천의 길이나 편의시설, 주변 시설 정비 등 갑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 사실 얼마나 정비됐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속이 탁 트이는 하천과 푸릇한 나무들이 펼쳐져 있는데, 앉을 공간이나 꽃이 갑천보다 부족한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문제는 하상도로였다. 중구에 사는 시민의 입장에서 서구나 유성구를 갈 때 주로 하상도로를 이용했는데, 막상 이용할 땐 몰랐다. 운전자로서 대전천을 얼마나 망치고 있었는지 말이다. 산책하기엔 하상도로 때문에 적합하지 않았다. 소음과 매연 등을 감당하면서 걸을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득 대전 찰칵 홈페이지에 올라온 옛 대전천의 풍경을 보면서 기분이 생경해졌다. 지금의 대전천은 도시가 발전하면서 단순 자연이 아닌 도로로 전락해버렸다. 여름이면 물가엔 아이들이 모여 물장구를 치는 추억을 만들며 자라는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한 컷의 사진에 담겨 있을 뿐이다.

대전 3대 하천은 그린뉴딜 사업을 통해 재정비한다. 흑백 사진 속에 담긴 대전천이 조만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
김소희 정치행정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한화그룹 충청지역봉사단, 김장나눔 대축제로 이웃사랑 실천
  5. 모로미찬본점 김난영 대표, 초록우산 그린노블클럽 가입
  1.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06강 연저지인
  2.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3. 국제휴먼클럽! 어려운 이웃과 장학생에게 따뜻한 사랑 전하다
  4. 소비자 분쟁 발생시 1372를 눌러주세요!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12월3일 화요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