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자 |
대전시가 운영하는 사진 아카이브 '대전 찰칵' 홈페이지에서 본 대전천의 옛 모습이다. 어린 아이들이 여름이면 친구와 대전천에 나가 물놀이를 하고, 인근을 산책하고 돌아가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천변을 가득 채운 유채꽃도 흑백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싱그러움을 자아냈다. 하지만 기록된 사진이 흑백임을 증명하듯이, 대전천이 지닌 추억과 역사는 점점 옅어져 갔고, 시민들과의 거리도 멀어져만 갔다.
타지에 사는 친구가 언젠가 한 사진을 보며 내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여기가 대전이 맞느냐고 말이다. 사진을 보니 갑천에 있는 엑스포 다리였다. 엑스포 다리, 한빛탑, 그리고 갑천까지. 어느덧 대전을 대표하는 하천은 갑천이 된 듯했다. 대전의 자랑이 됐다는 점에서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오랜 시간 지역민과 함께한 대전천이 대표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었다.
지난주 [대전 Y-zone 프로젝트: 3대 하천의 재발견] 기획연재 기사를 위해 직접 대전천을 산책했다. 사실 대전천을 그렇게 걸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중도일보에서 추진하는 달빛걷기대회에 참가해 갑천은 여러 번 걸어본 적이 있었다. 사전 기초 지식이 없었을 땐 갑천과 대전천이 비슷한 상황일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대전천을 방문하니 기대했던 바는 산산조각이 났다. 대전천은 갑천에 비교할 수 있는 하천이 아니었다. 하천의 길이나 편의시설, 주변 시설 정비 등 갑천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턱없이 부족했다. 사실 얼마나 정비됐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속이 탁 트이는 하천과 푸릇한 나무들이 펼쳐져 있는데, 앉을 공간이나 꽃이 갑천보다 부족한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문제는 하상도로였다. 중구에 사는 시민의 입장에서 서구나 유성구를 갈 때 주로 하상도로를 이용했는데, 막상 이용할 땐 몰랐다. 운전자로서 대전천을 얼마나 망치고 있었는지 말이다. 산책하기엔 하상도로 때문에 적합하지 않았다. 소음과 매연 등을 감당하면서 걸을 수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득 대전 찰칵 홈페이지에 올라온 옛 대전천의 풍경을 보면서 기분이 생경해졌다. 지금의 대전천은 도시가 발전하면서 단순 자연이 아닌 도로로 전락해버렸다. 여름이면 물가엔 아이들이 모여 물장구를 치는 추억을 만들며 자라는 모습은 정말 말 그대로 한 컷의 사진에 담겨 있을 뿐이다.
대전 3대 하천은 그린뉴딜 사업을 통해 재정비한다. 흑백 사진 속에 담긴 대전천이 조만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한다.
김소희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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