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어플로 방 빌려 집단 파티? 휴가철 방역 사각지대 우려

비대면 체크인으로 인원 수도 확인 못 해
어플에 등록된 대전 숙박시설만 250곳 이상
시 "기본적인 방역 수칙만 지켜 달라" 당부

#. 대전 서구 둔산동에 거주하는 A 씨는 특정 어플을 활용해 여행객들이나 출장자들에게 숙박시설을 제공해주고 있다. 코로나 19의 여파로 외부 활동에 제한이 생기고 휴가철까지 겹쳐 최근에는 평일 예약까지 다 찼을 정도다.

하지만 A 씨는 최근 숙박시설을 청소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거리두기 4단계에 따라 머물 수 있는 인원을 최대 2인으로 제한해놨지만, 버려진 칫솔과 젓가락 등을 보니 도저히 2명이 사용한 흔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중구 은행동 부근에서 같은 어플을 이용해 숙박시설을 제공하는 B 씨도 최근 A 씨와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평소 잘 아는 인근 주민에게 해당 숙소가 너무 시끄럽다는 연락을 받고 이를 알리려 숙소에 방문했다. B 씨는 이용객들에게 "혹시 인원이 추가됐느냐"고 물었지만, 이용객들은 문을 열어주지 않고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꺼림칙했지만 강제적으로 확인할 방법도 없어 B 씨는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숙소 예약 어플에 등록된 대전 지역 숙박시설이 가격별로 나뉘어져 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

숙소 예약 어플을 통해 이용하는 숙소에서 집단 파티를 의심할만한 정황들이 나타나면서 방역 사각지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비대면 체크인으로 이용자의 인원 체크가 불가능하고, 입실 이후 강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 실제 몇 명이 이용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휴가 시즌이 시작된 8월 평일에도 지역 내 예약할 수 있는 숙소는 모두 250곳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라온 숙소를 예약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원수를 허위로 설정해놓고 결제를 완료하면 해당 숙소의 주소와 현관문 비밀번호 등을 업주가 메시지로 보내준다. 업주 대부분은 숙박시설에 상주해 있지 않기 때문에 체크인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이렇다 보니 일부 이용객들은 2인으로 숙소 예약을 해놓지만, 정작 해당 숙소에서 몰래 집단 파티를 여는 일도 부지기수다.

대전은 지난달 26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이어지면서 숙박시설에 대한 방역수칙도 강화했다. 18시 이후 2인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함에 따라 3인 이상이 숙박을 예약하거나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문제는 무방비에 놓인 이용객들의 방역 수칙 위반으로 만에 하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자칫 업주까지 같이 책임이 따를 수 있다. 숙박업계 측에서 관련 방역 지침을 전부 지켜도 이용객들에 대해 일일이 확인할 수도 없으니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대전시 관계자는 "유흥시설이나 숙박시설에 현장 단속을 진행하면 문을 잠그고 그사이 도망가는 사례도 있는데, 그렇다고 강제로 문을 열 수도 없으니 지자체 입장도 답답할 따름"이라며 "숙박시설에 대한 방역수칙은 전적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믿고, 기본적인 방역 수칙만 좀 더 지켜주시길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신가람 기자 shin9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