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
지금이야 휴대폰과 컴퓨터 각종 기기들로 올림픽 경기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온가족이 작은 텔레비전 앞에 함께 모여앉아 우리 선수들을 응원했다. 항상 바쁘셨던 아빠와 처음으로 텔레비전을 함께 보면서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해서 신났고, 언제나 조용하셨던 엄마가 소리를 지르면서 박수치시는 모습이 신기했고, 오빠와 남동생이 정신없이 펄쩍펄쩍 뛰면서 선수들을 응원해서 화면을 조금이라도 잘 보기 위해 자꾸 텔레비전 앞으로 나아가던 모습이 한 장면처럼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라는 큰 경기가 열린다는 자랑스러운 들뜬 분위기,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감격스러워하던 사회자들의 터질듯한 목소리, 그리고 부모님의 박수 소리,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딸 때마다 울려 퍼지던 동네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편집된 추억처럼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들리는 듯하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에 막판까지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과 개최를 하더라도 참석하지 말자는 의견 등 다양한 논쟁을 낳고 힘들게 시작하였다. 역대 처음으로 무관중 경기와 올림픽을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많은 잡음과 논란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올림픽에 대한 열기는 뜨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칠 대로 지친 일상에서 선수들의 뜨거운 열정과 생명력이 우리를 몰입하게 만들었다.
3학년과 4학년 중반을 거치도록 같은 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아보지 못하고, 밖에서 노는 것도 학원을 보내는 것도 불안해서 집에만 있는 11살 아들에게 올해 올림픽은 신나는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양궁 선수들을 보면서 가상의 활시위를 당기며 화살 쏘는 모습을 흉내 내고, 배구 경기를 보면서 인터넷에서 유행어처럼 퍼지는 기독교에는 '성경'이 불교에는 '불경'이 배구에는 '김연경'이 있다를 외치고, 유튜브를 통해서 잘 모르는 경기의 규칙을 찾아보는 아이의 모습은 모처럼 생기가 넘쳐 보였다.
나도 11살이 된 아들과 함께 올림픽 경기를 즐겼다. 특히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 이였다. 우상혁 선수는 바를 성공적으로 뛰어넘으면서 누구보다 기뻐하며 환호했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낙담하지 않았다. 사실 우상혁 선수도 2016년 라우올림픽에서는 경기를 즐기지 못하고 선수촌에서 나오지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하루하루 성장했고 성장의 기쁨을 아는 선수가 된 것이다. 이미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은 우상혁 선수가 계속해서 도전했고 하늘 높이 날아올라 환하게 웃는 모습은 그 어떤 말보다 큰 감동을 주었다. 메달을 따지 못해 아쉽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전을 안했다면 후회가 남겠지만 도전했기 때문에 후회와 아쉬움은 전혀 없다던 그에게 2021년은 보석 같은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는 매일 코로나19의 확진자를 확인하고 지나간 경로를 살피며 마스크를 먼저 사기 위해서 백신을 먼저 맞기 위해서 너무도 불안하고 치열하게 살고 있다. 지금은 참아야 하고 지금은 자제해야 하고 지금은 모두가 희생해야 한다는 말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까지도 멈추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순간순간의 경험들을 온전히 음미하고 마음속에 잠시 잊었던 열정과 두근거림에 열광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지금의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의 2021년이 코로나19로 집에만 갇혀있던 우울한 11살이 기억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성경, 불경, 김연경을 외쳤고, 맛있는 치킨을 먹었으며, 엄마는 박수쳤고 아빠는 소리 질렀다. 갈 곳 잃은 청년들, 자가격리로 답답해하는 이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운 날씨에도 의료 전선에서 코로나19 검사를 해주시는 의료인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19의 확진자가 되어서 아픔보다도 주변인들에게 미안함부터 전해야 했던 많은 이들에게 단비 같은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 선수들이 너무나도 고맙다. 그들이 있어서 우리의 코로나19 기간은 지금보다 훨씬 덜 고통스럽게 기억될 것이다.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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