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교수 |
지난 7월 31일, 남자축구와 야구, 여자배구가 연이어 열린 날엔 코로나19로 시름시름 힘겨운 날들을 보내던 음식업체들이 치킨집을 비롯해 눈코 뜰 새 없이 호황을 누렸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국제스포츠대회에 참가한 국가대표 선수단의 좋은 경기력은 국가와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만 아니라 각종 시설, 용품 등의 스포츠산업과 국민경제를 견인한다.
88서울올림픽 4위, 2002한일월드컵 4위를 달성한 뒤 대한민국 체육에 뭘 더 지원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얘기가 들려 나왔다. 이때부터 국가 체육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체육예산들이 생활체육으로 확대되면서 전문체육 선수지원을 등한시하는 선거정치권의 풍조가 이어져 왔다.
자치단체에선 인기 위주의 체육행정으로 앞다투며 실업팀을 없앴고 생활체육 예산을 늘렸다. 취업이 어려워진 선배들을 본 어린 학생들은 운동을 포기하기도 했고, 아예 해당 종목 선수 지원을 꺼리는 현상이 심해졌다. 도미노 현상으로 대학교,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팀들이 무너져 내렸다. 모두 취업과 진학의 길이 사라지면서 벌어진 현상들이며, 정치인들이 벌인 일이다.
2020 도쿄올림픽의 중간성적을 보면 대한민국은 3위(금24, 은11, 동 16)인 일본에 크게 뒤진 종합 13위(금6, 은4, 동9)라는 초라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 패배의 원인은 지역 실업팀을 지원하지 않아 전문체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자치단체장들에게 있다. 또한 전문체육 지도자들은 자라나는 선수들의 미래인데, 박봉에 비정규직, 불안한 미래, 생활고… 이런 것들이 그들을 설명하는 단어가 된다.
체육백서(문화체육관광부, 2019)에 따르면, 전문체육예산이 생활체육예산보다 많은 광역자치단체는 세종시(4.6배), 경상북도(4배), 대전시(3.7배), 서울시(3.6배), 전라북도(3.3배), 대구시(3배), 부산시(2.8배), 경상남도(2.5배), 강원도(2.4배), 인천시(2.1배), 울산시(2배), 충청남도(2배), 제주(1.8배), 경기도(1.5배)였다. 광역단체는 비교적 전문체육을 잘 지원하고 있으나 기초단체로 갈수록 상황이 심각해진다.
직장운동경기부를 지원하지 않고 있는 자치단체 중 서울은 25개 중 10개 곳(용산구, 동대문구, 강북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관악구, 서초구), 부산은 16개 중 2곳(부산진구, 기장군), 광주는 서구, 대전은 5개중 4곳(동구, 중구, 서구, 대덕구), 경기 31개 중 2곳(군포, 의왕), 전남 22개 중 5곳(담양, 장흥, 영광, 진도, 신안), 경북 23개 중 7곳(군위, 청송, 영양, 청도, 고령, 봉화, 울릉), 경남 18곳 중 5곳(고성, 하동, 산청, 함양, 거창)으로 228개 자치단체 중 35개나 된다.
또한 전문체육 예산이 0원인 자치단체는 81곳이나 된다. 서울(생활 25,494, 전문 806), 부산(생활 15,225, 전문 7,760), 대구(생활 8,291, 전문 0), 인천(생활 10,051, 전문 0), 광주(생활9,921, 전문 0), 대전(생활 6,499, 전문 0), 울산(생활 7,582, 전문 41), 경기(생활 68,867, 전문 75,042), 강원(생활 34,507, 전문 35,535), 충북(생활 17,365, 전문 13,742), 충남(생활23,333, 전문 33,013), 전북(생활 31,369, 전문 7,441), 전남(생활 29,043, 전문 18,272), 경북(생활 34,117, 전문 42,213), 경남(생활 26,882, 전문 39,414), 제주(생활 3,337, 전문 1,179)였다.
0원인 자치단체장들 너무한 거 아닌가! 이러고도 대한민국을 응원한다고 할 수 있나! 생활체육에 편중된 자치단체의 예산은 개선되어야 한다. 표만 노리는 정치꾼들이 대한민국 전문체육을 망치고 있다.
지원의 시작은 자치단체의 실업팀 운영이다. 이것이 선행되고 실업팀이 유지되어야 전문선수들의 수도 늘어나고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성적도 향상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자치단체장들은 꼭 실천해주기 바란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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