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한 장마대신 열대성 폭우가 여름을 강타하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가을 하늘은 미세먼지로 본지 오래다.
폭우로 도시가 잠기고, 폭설로 도시가 마비되기도 한다.
나무심기 좋은 날이었던 식목일은 이제 3월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공론화되고 이다.
폭염과 폭우 같은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현대 문명에 대한 반성이 뒤따르고 있다.
이상 기후에 대한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후 위기로 인한 계층 심화 그리고 이에 따른 혐오 등 공동체 위기에 대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기후 위기에서 촉발된 공동체의 위기를 다루고 있는 '호흡공동체(전치형 , 김성은 , 김희원 , 강미량 지음, 창비, 232쪽)'와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이자벨 콜롱바 지음,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172쪽)은 기후에서 시작된 보편적 문제에 대해 각기 다른 해법을 던진다.
호흡공동체(전치형 , 김성은 , 김희원 , 강미량 지음, 창비, 232쪽)가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의 위기를 통한 사회재편과 이를 통한 돌봄의 과학을 강조했다면, '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이자벨 콜롱바 지음,윤예니 옮김 , 바람의아이들, 172쪽)은 기후 문제 해결을 위해 시위에 나선 십대 소녀를 통해 환경문제를 넘어 가난, 전쟁, 인종차별 등 보편적 문제와 참여를 강조한다.
평범한 고등학생 바르바라가 청소년 시위를 조직해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는 스웨덴 환경 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자연스럽게 중첩된다.
하지만 소설 '바르바르'는 이 같은 환경문제에 화두를 던진 이후 소녀가 받는 사회적 압력과 인종, 가난 등과 같은 보편적 문제로 확대된다.
'시위대의 소녀'에서 일순간 예의 없고 앞뒤 분간할 줄 모르는 어린애, 인종차별적, 여성혐오적 사이버 불링을 받게 된 바르바라의 이야기를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가부장제의 희생자였던 할머니와 바르바르가 마주한 세상은 환경은 물론 모든 곳에서 폭력과 위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모든 폭력이 결국 기후 위기와 그 위기를 대하는 접근방식에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책에서 시위는 이같은 폭력에 대한 십대 소녀로서의 연대와 협력의 수단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인 만큼 해법이 다소 동화적일 수는 있지만 그녀가 마주한 세상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그녀가 희망을 얻는 공동체도 어디에나 존재한다.
이 처럼 '호흡공동체'는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의 위기를 걷고 있는 기후 위기를 공기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한 책이다.
책은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19년 봄의 미세먼지 사태를 주목하고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가세하면서 이 같은 기후 위기로 사회의 가장 취약한 영역이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한다. 공기에서 촉발된 문제는 결국은 교육, 노동, 젠더, 인종의 문제, 나아가 차별과 혐오의 문제와 연결된다
책은 누구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공기를 통해 숨으로 시작해 숨으로 끝나는 인간 공동체를 호흡 공동체로 규정하고 공기의 위험속에서 이 같은 위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지금까지 '각자도생의 공기기술'이 횡행해왔다면 이제는 공동체를 위한 '돌봄과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미세먼지, 코로나19, 폭염을 공기문제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한 이 책은 4명의 과학자가 직접 발로 뛴 취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과학과 사회비평을 오가는 시각이 날카롭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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