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제보] 요양보호사가 주간보호센터 이용자 방문·귀가 차량 운행까지?

  • 사회/교육
  • 노동/노사

[독자제보] 요양보호사가 주간보호센터 이용자 방문·귀가 차량 운행까지?

  • 승인 2021-08-05 18:28
  • 신문게재 2021-08-06 5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GettyImages-jv12116428
#. 대전 유성구의 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A씨는 오전 7시 30분께 이용자를 센터까지 차량으로 이동시키는 일로 일과를 시작한다. 초기엔 요양보호사가 센터 차량 운행까지 해야 하는지 몰라 당황했지만 다른 센터에서도 비슷한 실상을 들은 뒤 체념해야 했다. 그러나 불안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다. 운전 경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평소 운전하던 차량보다 큰 승합차 운전이 쉽지 않은 데다 자칫 사고라도 발생할 땐 어떻게 해야 할지 늘 걱정이다.

9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무렵인 오후 4시께. A씨의 하루 업무는 센터 이용 노인을 다시 귀가시켜야 마무리된다. 도로 사정에 따라 차가 많은 날엔 오후 6시가 가까워져 업무가 종료된다. 정해진 일일 노동시간보다 초과 근무를 한 것이지만 이에 따른 보상은 없다.

대전 일부 주야간노인보호센터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가 노인의 활동 지원이 아닌 차량 운행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설에서 노인의 신체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직종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업무 경계가 모호해 개선이 요구된다.

지역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의 제보에 따르면 대전지역 상당수 주간보호센터에서 요양보호사가 차량 운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센터별로 차량 운전기사 1명을 고용해야 하지만 대개 2대 이상 차량을 운행하면서 요양보호사까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것이다.



요양보호사는 240시간 교육을 이수한 뒤 시험을 통해 자격증이 발급되며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위해 신체·가사 지원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인력이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선 역할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고 한정된 인력·인건비 문제로 요양보호사가 운전대까지 잡고 있는 게 업계에 만연하다. 센터 이용자가 일정 수 이상이 되면 운전보조원 1명을 의무적으로 배치하게 돼 있지만, 센터별로 차량이 2대 이상을 두는 곳이 많아 추가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센터 운영자는 이 같은 일이 전국적으로 비슷한 상황일 것이라 전했다. 센터장 B씨는 "운전이 요양보호사의 일이 아닌 것은 알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어르신을 모셔 오고 모셔다드려야 하는데, 먼 곳에 사는 분들은 시간이 길어져 차량을 여러 대 운영하다 보니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요양보호사가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는데, 차례가 아닌 날은 늦게 출근하고 퇴근하는 식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에 대비해 센터 차량은 보험에 필수로 가입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자치구에서 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대전시와 유성구 등 지자체는 이 같은 사실을 자세히 인지하고 못 하고 있었으며 보다 자세히 실상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지도점검을 하며 내용을 파악하겠다"며 "이런 일이 안 일어나도록 하는 게 급선무인 만큼 잘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대전에는 지난해 말 기준 8만 4652명이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이 중 20%가량이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임효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