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방현 교수 |
지난 2020년 말, 대전역 인근 2만7,000㎡ 규모의 면적에 대전 동구청과 LH, 대전도시공사가 공동으로 공공주택 사업시행자로 참여하는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하였으며, 올해 1월8일에 대전역세권 혁신도시로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을 확정 고시 하였다. 대전역 일원 28만평 중 약 5.3만평에 들어서게 될 대전역세권 혁신도시에는 교통, 지식산업, 중소기업 관련 공공기관이 들어설 예정이며, 철도교통 혁신 클러스터 조성 및 첨단 지식산업단지 등이 계획되어 있어 지역 발전의 새로운 견인차로 부상할 전망이다. 하지만 대전역 인근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막상 달갑기만 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쪽방이란, 도시 빈민 주거형태의 하나로서 최저 주거기준 미만의 주택 이외에 부대시설(세면·취사·화장실 등)이 없어 주로 빈곤계층이 이용하는 주거공간을 일컫는 말로, 그 생김새와 형성과정에 따라 붙여진 명칭이지만 다양한 발생기원을 가진 관계로 쪽방이라는 명칭을 직접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여인숙, 여관, 고시원 등의 간판을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속에서 대도시로 유입된 많은 노동력이 저임금 단순일용직으로 변모하면서 도시 빈민이 발생하기 시작하여 과거 윤락행위가 금지된 사창가, 군사정권 시절의 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의 여관과 여인숙, 용도폐기 된 축사와 공장의 기숙사, 고시원 등으로 그 모습이 다양하게 생겨났으며, 쪽방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숙인 보호사업을 계기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목돈이 없는 빈곤층이 월세만 지불하며 다소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특히 오늘날의 고시원은 기존의 노후 된 쪽방밀집지역에 비해 화장실, 욕실, 식사실 등의 공동시설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개별적으로 가재도구를 구입할 필요가 없으므로 상당수의 고시원이 쪽방으로 선호되면서 급격히 주거시설로 전환되는 추세다.
쪽방촌 일대에는 쪽방 119곳에 170여명이 월 10만원대의 임대료로 거주하고 있는데, 거주민 대부분이 기초생활수급자(63명·37.5%)와 65세 이상 홀몸노인(50명·29.8%), 차상위계층(17명·10.1%), 장애인(24명·14.3%) 등 대부분 취약계층이여서 국가의 복지급여로 생계를 유지하는 형편이다.
쪽방은 노숙 혹은 시설생활로부터 벗어나 적절한 주거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발판역할을 한다는 점과, 쪽방은 주거하향 이동을 경험하는 저소득층이 최소한의 주거비를 지불하고 거주할 수 있는 저렴한 주택으로서, 노숙이라는 극단적 주거 빈곤상태로 떨어지지 않도록 사회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하는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도시의 기능이나 미관 등을 위해 계속해서 방치해 둘 수 없는 것 또한 자명한 사실이다.
'대전역 쪽방촌 도시재생 사업'은 공공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인 만큼 대전시와 동구는 사회적 약자인 쪽방촌 거주민들이 최대한 재정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공에서는 쪽방 주민들을 위한 임시 이주공간을 마련하고 임대주택 건설이 완료되면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돌봄·자활 시설 등과 함께 재정착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진행하고 있다.
쪽방에서 거주하는 빈곤계층은 등록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선(先)이주 선(善)순환' 방식을 추진할 경우 조사 단계부터 어떠한 쪽방 주민들도 소외되지 않도록 정밀하게 조사하여 모든 쪽방 주민들이 해택을 볼 수 있게 하여야 하며, 지속가능한 계획을 수립하여 사업완료 이후에도 사회의 일원으로 재정착 할 수 있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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