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환경의 운동 학생선수를 발굴해 후원하는 운사모를 이끌어온 이건표 회장.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바라보는 보람이 크다고 밝혔다. |
대전 소재 체육분야 비영리 장학단체인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의 선행이 2020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운사모는 2009년 당시 대전시교육청 장학사이던 이건표 씨가 주변 지인들과 뜻을 모아 만든 엘리트 학생선수 후원 단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생까지 종목에는 관계 없이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학생 중 도움이 필요한 인재를 찾아 매달 20만원씩 장학금을 지원하고 뒷바라지를 해왔다. 운사모가 지난 13년 후원한 학생은 모두 54명으로 장학금 3억5000만원 모여 후원에 사용됐다. 남자 탁구 올림픽 국가대표 안재현 선수(22·삼성생명), 핸드볼 국가대표 박재용 선수(24·하남시청)도 운사모 장학생 출신의 운동선수다. 올해도 학생 11명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3일 대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이건표 운사모 회장은 "제가 소년체전을 담당하는 장학사로 재직할 때 느닷없이 운동을 중단하는 학생들을 면담하면서 이 학생들이 운동을 계속하려면 후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라며 "취지에 공감한 교사나 체육인 그리고 일반 직장인들도 매달 기부금을 약정해줌으로써 지금은 470명이 후원금을 납부하며 회원으로 참여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운사모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회원들은 월1만원을 초과해서 후원금을 납부할 수 없다. 또 회비 전액을 운동 학생들 장학금에 사용하고 부대비용으로 집행하지 않는다. 후원 학생을 선정하면 그 학생이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한다.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덕에 이건표 회장이 교육청에서 은퇴하고도 지금까지 13년간 장학 후원단체가 건실하게 운영될 수 있었다.
학생시절 대전 운사모의 후원으로 운동을 이어온 오상욱 선수와 우상혁 선수. (사진=연합뉴스) |
육상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도 2011년 중학교 2학년 때 운사모 장학생에 선정돼 장학 후원 속에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다. 2013년 충남고 2학년의 우상혁은 훌쩍 성장해 우크라니아에서 열린 제8회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세계청소년육상선수권대회 결승에서 2m20의 개인 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해 운사모 회원들 후원에 화답했다. 고교 졸업 후 서천군청 육상부 실업팀에 입단한 우 선수는 지난 3월 군 입대해 지금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다. 오상욱과 우상혁 두 선수는 지금은 오히려 후배들을 위해 후원금을 납부하는 운사모 회원이 되었다.
이건표 회장은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지내며 학교 연식종목 선수로 뛰던 학생이 있었는데 운동 성적은 좋지 못해도 우리가 돕자는 뜻에서 장학생으로 선발했다"라며 "그 학생이 소년체전에 출전했을 때 격려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너무 딱해서 눈물을 흘렸는데, 해당 대회에서 그 친구 활약으로 우승했다는 소식을 나중에 듣고는 기쁨의 눈물을 또 흘렸다"라며 후원을 멈출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2013년 운사모 총회에서 이건표 회장(사진 왼쪽 첫 번째)이 오상욱(왼쪽 세번째)과 우상혁(왼쪽 네번째)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
이 회장은 "학교가 학생들에게 수학과 과학만 가리치는 곳이 아니고 개인에 적합한 소질을 찾아주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는 곳으로, 그게 교육자의 의무"라며 "체육을 잘 할 수 있는 학생들이 운동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이번 올림픽에서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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