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 금융 불모지다. 충남과 대전을 주 무대로 한 충청은행이 IMF 사태로 사라지면서 메말랐다. 안주인이 사라진 충청은 시중은행이 점령하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연고를 둔 지방은행까지 스며들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대전에 각 1곳씩 영업점과 지점을 냈다. 전북은행은 2008년 지점 개설 이후 점차 지점을 확대하면서 6곳까지 확대했다. 금융 불모지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크고 작은 기업들의 돈줄은 막혔고, 지역의 돈은 외부로 빠져나갔다.
충청은행의 시작은 창대했다. 196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지역 자본 집대성과 지역발전 기여, 내자 동원을 위한 지방은행 설치를 검토·추진해 이듬해 개점했다. 충청 전역을 영업점으로 두고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지역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다만, 끝은 미약했다. IMF 사태에 따라 정부가 금융시장 불안을 내세워 충청은행과 대동·동남·동화·경기은행 등 5개 은행의 퇴출을 결정했다. 경제개발계획 추진을 위한 투자재원 조달과 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지역 간 불균형 해소의 대안으로 제시된 '지방은행'은 사라졌다. 당시 충청은행 1400여 명의 직원 중 900여 명은 구조조정의 파고에 휩쓸렸다. 당시 대전과 천안, 서울 등 70여 개 지점, 112개 점포를 둔 충청은행이 30년 만에 공중분해 됐다.
23년 만에 다시 충청 지방은행 재건 요구가 일고 있다. 내년도 빅 이벤트인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다. 대선 공약으로 반영된다면 충청 금융 안주인이 다시 들어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충남도가 설립 필요성에 선제 깃발을 들었다. 지방은행 설립을 위한 지역금융기관설립 TF팀을 꾸렸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지원단을 발족하고 적극적 연구·조사에 나섰다. 도가 주도적으로 충남·대전·세종·충북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벌였다. 19세 이상 1000명을 조사한 결과 58.4%가 설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이들 중 33.7%는 소상공인·서민 계층 지원을 꼽았다. 또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 개발 사업 추진과 지역 중소기업 육성·지원,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공헌 활동 등을 위해 필요하다 했다.
통계로만 놓고 봐도 충청의 지방은행 설립은 절실하다. 통계청의 '2019 지역소득(잠정)' 통계를 보면 충남의 지역 외 순 수취 본원소득은 마이너스 25조 원이다. 전국 최하위다.
마이너스는 곧 돈이 지역에서 돌지 않고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충북도 마이너스 13조 원이다.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자금 조달도 부족하다. 타지와 비교하면 그 통계가 더욱 명확해진다. 총자산 107조 원인 부산·경남은행은 권역 예금은행 대출금 47.1%를 차지해 지역경제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총자산 61조 원인 대구은행은 49.2%, 총자산 45조 원인 광주·전북은행은 49.7%로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효율적 자금 공급을 담당한다. 당위성이 충분하다. 지역민의 요구도 있다. 부활의 요건이 갖춰졌다. 대선 공약 반영과 지역 금배지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자금 역외유출 방지와 지역기업의 돈줄을 책임질 충청 지방은행 재건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치·금융 당국과 협의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민 금융서비스 향상 등 충청권 시·도민을 위한 지방은행 설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내포=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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