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대한민국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해다. 전례 없었던 만큼, 복잡다단한 정치적 격변을 겪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2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중도일보는 '2022 리포트 '충청지대'(충청의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라는 연재를 시작한다. 10월 말까지 모두 14차례 걸쳐 내년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우선 대전과 세종, 충남의 주요 정치적·정책적 현안 7가지를 선정해 여야의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또 6월 1일 지방선거를 겨냥해 대전과 세종, 충남의 아젠다 7가지를 선정해 여야(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의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시할 '현장' 중심의 기획보도를 통해 선보인다. <편집자주>
대전 동구 효동 문창교 밑에서 만난 최규남(85) 어르신. 사진=이현제 기자 |
지난 2018 지방선거 대전 동구 동별 선거인수. |
3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제8대 지방선거에서 대전 발전의 한 축이자 대전역을 중심으로 한 구도심 재탄생을 기대하는 동구. 동구의 16개 동 중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투표수가 1만 표가 넘었던 곳이자 선거인 수는 1만 9000여 명으로 가장 많은 동네인 효동을 걸어 다니며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 물어봤다.
대전 동구 효동 전경. 제공=대전 동구청 |
"얼굴은 부끄러워"… 문창교 밑 평창에서 만난 어르신들. |
문창교 밑 평상이 아닌 천변 바로 앞 돌담에 혼자 앉아 있는 한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혹시 어르신 정치에 관심 있으세요?"라고 묻자 "그거 늙은이가 잘 모르지"라고 했다. 옆에 잠시 앉아도 되겠냐며 허락을 받고 코로나 때문에 힘들고 경로당도 폐쇄되면서 매일 적적하다고 했다.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소 놀란 부분이 있었는데, 이 어르신도 역시 지역의 정치인 이름은 몰랐지만 아는 유일한 정치인 이름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를 꼽았다.
"정치라고 하는 것도 머리 빨리빨리 돌아가는 젊은 사람들이 해야 해. 똑똑하고 젊은 사람이 정치해야지. 나라에서 세워주고 해야지"라며 했다. 이어 "그럼 몇 살 정도까지 젊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어르신은 "60 넘어서 정치하고 그러면 안 돼. 세워주는 역할 해야지"라고 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시장이나 구청장 또는 시·구의원들에게 바라는 점이나 부탁하고 싶은 거 있느냐고 묻자, "그런 거 없고 대전 좀 잘 살게 해줘"라고 했다. 천변을 걸으며 대략 2, 30여 명의 어르신을 만난 뒤 효동 행정복지센터 방향으로 걸었다.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효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선 한 어르신과 함께 센터를 방문한 50대의 여성과 얘기를 나눴다. 자영업을 한다는 여성은 "코로나로 정치인이고 뭐고 당장 죽게 생겼는데 관심이 있을 리가 없잖아요. 코로나 확진자 줄고 상황 좋아지면 서로 자기가 잘했다고 발표하고 하다가 결국 더 어려워진 것 같다. 이젠 진짜 생활고"라고 하소연했다.
2018년 5월 동구청장 후보들이 중도일보 스튜디오에서 토론회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지난 선거에서 동구의 전체 선거인 수는 19만 1362명. 그중 투표수는 10만 6341명으로 55% 수준이다. 효동에서 만난 50여 명의 동구민 중 허태정 대전시장이나 황인호 동구청장의 이름을 정확히 알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는 시민은 3~4명. 투표 의사가 분명함에도 이날 현장에서 느낀 바로는 '투표한 사람이 누구였는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알고 있는 시민은 드물었다.
당장 3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 그 직전 대선이라는 더 큰 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일에 대전 시민 모두가 더 잘 알고 준비해야 한다. '더 살기 좋은 대전을 위해서'라는 천변에서 만난 한 어르신의 말씀처럼.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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