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30세대의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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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2030세대의 분노

  • 승인 2021-08-03 10:56
  • 수정 2021-08-08 11:33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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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내포본부 차장
올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2020 도쿄올림픽이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최고난도 1260도 공중 비틀기로 대한민국 체조 역사상 두번째 금메달을 캐낸 신재환 선수부터, 한국인 최초 부녀 메달리스트로 기록된 여서정 선수까지 수많은 선수들이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연출하며 우리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고 있다.

특히 양궁 혼성단체전과 여성단체전 우승에 이어 지난달 30일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하계올림픽 최초 3관왕을 달성한 안산 선수는 그야말로 군계일학이었다.

안산 선수는 국민들에게 커다란 기쁨을 선사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일부 네티즌들이 안산 선수의 짧은 헤어스타일과 과거에 한 발언을 지적하며 페미니스트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여대를 다니는데 쇼트컷을 했다면 페미로 봐도 무방하다', '과거에 안 선수가 남성 혐오 발언은 했다'는 등의 악성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광기었다. 명확한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근거없는 논리의 향연이 벌어졌고, 이 중에는 페미니스트라서 금메달을 반납시켜야 한다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글도 올라왔다. 이로 인해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는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양궁협회는 급기야 '국가대표선수를 향한 테러로부터 안산 선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내놓기까지 했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진 것은 2030 젊은 세대의 '젠더 갈등'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상황이 이렇지만 정치권에서는 갈등 봉합은 커녕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힘 양준우 대변인은 개인 SNS에 '안산 선수 논란의 핵심은 남혐 용어를 사용 한 것'이라며 또 다른 논란을 키웠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들은 '차별과 혐오를 선수의 탓으로 돌린다'며 맹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젊은 남성들의 힘의 결집을 경험한 정치권은 이들의 표심을 사기에만 급급해 보인다.

젊은 남성들은 여성가족부의 과도한 여성 우대정책으로 인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양성 갈등만 부추기는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젊은 여성들은 아직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사회 최상위 계층에는 남성들이 포진해 있고, 여성들에게만 존재하는 유리천장도 있다고 확신한다.

이번 사태는 현 정권의 여성 편향적인 정책에 분노한 젊은 남성들의 그릇된 광기였다. 높은 취업 문턱에 좌절하고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사회 불평등을 온몸으로 경험한 2030 젊은 세대들의 분노가 젠더 갈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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