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교수 |
제목에서도 짐작하겠지만, 로마 제국의 몰락을 인간의 야심에 대한 자연의 승리로 묘사한다. 물론, 최근의 과학기술로 이를 뒷받침할 생물학, 병리학, 기후학의 데이터와 검증된 근거를 통해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치명적인 천재지변과 바이러스, 전염병들이 인간이 만든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코로나 19 사망자가 60만 명을 넘었고, 이는 세계 1,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 희생보다 크다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인도에서도 1~20만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되는 걸 고려하고 집계되지 않는 수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그 어느 전쟁보다 훨씬 큰 희생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그런 여파로 지난해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7월 23일 1년 늦게 개막했다. 7월의 일본의 날씨 탓에 참가한 선수들의 고충이 심하고, 심지어는 기권하고 돌아가는 일도 있어 언론들은 연일 일본 정부와 IOC가 정치적이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불순함(?)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정치 상황이나 지난 1964년 올림픽은 폭염을 피해 10월에 개최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의도로 선수들의 기량이나 건강을 희생시켰다는 것은 가십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최근 보름 이상 찜통 같은 폭염이 계속되더니, 이번 주는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이런 찜통더위의 원인으로 뜨거운 공기가 반구 형태의 지구 지붕에 갇혀 지표면 온도를 달구는 '열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열돔 현상에 의한 찜통더위이지만, 세계 곳곳은 이 외에도 산불, 홍수와 같은 이상 자연재해로 겪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폭염과 산불은 이상 기후의 전형이 됐다.
세계는 11월 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의 탄소 중립목표와 현황들을 공유할 것이고, 다음 주인 8월 9일에는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3년에 이어 6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3년 5차 보고서에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간을 지목했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하는 데 이바지했다. 2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4년간 검토한 문헌들을 분석한 보고서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권리를 가진 과학자들에 의해 검토돼 여러 분야에 걸친 증거가 요약된다. 이것이 이 보고서가 강력한 힘을 가진 이유다.
다시 '로마의 운명'으로 돌아와 보면, 하퍼 교수는 로마의 마지막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종말론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련의 사건들에 그저 순응하면서 마지막 세대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중략> 파멸이 임박했다는 의식이 목을 조른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숨겨진 지도 역할을 했다."
창궐하는 코로나 속에서 이 책을 번역했을 부희령 작가도 "우리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자연의 막강함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종말을 눈앞에 두고도 절박한 일상을 버텨간 로마인들에게 공감을 표한다"라고 했다.
이전 이 칼럼에서 다뤘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우리나라 월성 원전과 국정감사, 일본과의 국제협력, 툰베리의 메시지 등을 상기하며 필자가 부언한다면, 이 혼란함 속에서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도전하는 용기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그 숨겨진 지도를 읽는 나침반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숨겨진 지도부터 찾아야 하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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