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기후, 질병, 그리고 로마의 운명

  • 오피니언
  • 프리즘

[프리즘] 기후, 질병, 그리고 로마의 운명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승인 2021-08-03 08:49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김정
김성수 교수
우연히 어느 신문의 신간 소개 칼럼에서 '로마의 운명:기후, 질병, 그리고 제국의 종말'에 대한 것을 읽었다. 역사나 로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 번은 눈길을 줬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혹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도 잘 나오듯, 로마는 무려 1400년 이상을 존속했던 서양 문화의 중추이고 그 흥망성쇠의 원인도 문화, 정치, 종교, 사회, 전쟁 등 방대한 여러 관점에서 분석되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관점을 달리하는 듯 보인다.

제목에서도 짐작하겠지만, 로마 제국의 몰락을 인간의 야심에 대한 자연의 승리로 묘사한다. 물론, 최근의 과학기술로 이를 뒷받침할 생물학, 병리학, 기후학의 데이터와 검증된 근거를 통해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치명적인 천재지변과 바이러스, 전염병들이 인간이 만든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미국의 코로나 19 사망자가 60만 명을 넘었고, 이는 세계 1, 2차 세계대전이나 베트남전 희생보다 크다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인도에서도 1~20만 이상의 사망자가 보고되는 걸 고려하고 집계되지 않는 수치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그 어느 전쟁보다 훨씬 큰 희생이라는 사실이 실감 난다.

그런 여파로 지난해 예정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이 지난 7월 23일 1년 늦게 개막했다. 7월의 일본의 날씨 탓에 참가한 선수들의 고충이 심하고, 심지어는 기권하고 돌아가는 일도 있어 언론들은 연일 일본 정부와 IOC가 정치적이나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는 불순함(?)을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정치 상황이나 지난 1964년 올림픽은 폭염을 피해 10월에 개최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의도로 선수들의 기량이나 건강을 희생시켰다는 것은 가십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전역에서도 최근 보름 이상 찜통 같은 폭염이 계속되더니, 이번 주는 시원하게 소나기가 내리고 있다. 이런 찜통더위의 원인으로 뜨거운 공기가 반구 형태의 지구 지붕에 갇혀 지표면 온도를 달구는 '열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열돔 현상에 의한 찜통더위이지만, 세계 곳곳은 이 외에도 산불, 홍수와 같은 이상 자연재해로 겪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폭염과 산불은 이상 기후의 전형이 됐다.

세계는 11월 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각국의 탄소 중립목표와 현황들을 공유할 것이고, 다음 주인 8월 9일에는 195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2013년에 이어 6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2013년 5차 보고서에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으로 인간을 지목했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이 체결하는 데 이바지했다. 200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4년간 검토한 문헌들을 분석한 보고서로,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할 권리를 가진 과학자들에 의해 검토돼 여러 분야에 걸친 증거가 요약된다. 이것이 이 보고서가 강력한 힘을 가진 이유다.

다시 '로마의 운명'으로 돌아와 보면, 하퍼 교수는 로마의 마지막 장면을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종말론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일련의 사건들에 그저 순응하면서 마지막 세대를 보낸 것은 아니었다. <중략> 파멸이 임박했다는 의식이 목을 조른 게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알려주는 숨겨진 지도 역할을 했다."

창궐하는 코로나 속에서 이 책을 번역했을 부희령 작가도 "우리 문명의 운명을 좌우할 자연의 막강함이 점점 더 크게 다가왔다. 종말을 눈앞에 두고도 절박한 일상을 버텨간 로마인들에게 공감을 표한다"라고 했다.

이전 이 칼럼에서 다뤘던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정책, 우리나라 월성 원전과 국정감사, 일본과의 국제협력, 툰베리의 메시지 등을 상기하며 필자가 부언한다면, 이 혼란함 속에서 '바꿀 수 있는 것에 대해 도전하는 용기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현명함'이 그 숨겨진 지도를 읽는 나침반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숨겨진 지도부터 찾아야 하나?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