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호 '인공정원'... 느릿느릿 걸어도 반나절 '아담'
국내 야간관광 100선 선정... 계절별 다른느낌 생태공원 등 볼거리
계절별로 보는 맛이 다르다는 궁남지. 아무 때나 가도 눈이 바쁠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조성된 인공정원으로 신라의 선화공주와 무왕이 국경을 초월해 사랑을 나눈 전설이 깃든 곳이다. 1000만 송이 연꽃이 피는 부여의 대표적인 자연경관형 문화재로 사적 제135호로 지정됐다. 코로나19로 지친 몸을 풀 수 있는 힐링 공간이라는 소문에 8월 가마솥 같은 더위에도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그 곳으로 향했다.
느림을 위해 오후 늦게 버스터미널에 내리자 8월 가마솥 더위에 온 몸은 바로 땀 방울이 맺혔다. 한 눈에 들어오는 시골장 풍경에 궁남지로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장을 지날 때마다 들려오는 사투리와 흥정에 눈은 바빠졌고, 집 앞 마트에서 물건을 사듯 나도 모르게 과일을 몇 개 집어 산 다음 궁남지로 향했다.
10여분 만에 도착한 궁남지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멀리서 보이는 연못에 선명하게 드러낸 포룡정과 다리는 마치 경복궁처럼 웅장했다. 포룡정은 서동의 어머니가 궁남지에서 용을 본 뒤에 잉태를 했기 때문에 생겨난 이름이다. 우리 역사는 깊이 들어가면 애틋하면서 신비로운 스토리가 많다. 삼국사기에 보면 무왕 35년(634) 3월에 궁 남쪽에 못을 파고 20 여리나 먼 곳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못 언덕에는 수양버들을 심고 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었는데 방장선산(方丈仙山)을 모방했다. 무왕39년(638) 3월에 왕은 비빈과 더불어 큰 연못에 배를 띄우고 놀았다는 기록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펼쳐지는 연꽃을 보니 첫 사랑 같이 설렜다. 궁남지에는 다양한 종류의 연꽃이 심어져 있지만 빅토리아 연꽃은 사연이 깊다. 3일 동안 밤에만 피는데, 처음 하얀색으로 개화하지만 점점 빨간색으로 변한 뒤 꽃이 지면서 가라앉는다. 3일째 생을 마감하고 가라앉는 꽃의 모양이 꼭 왕관처럼 생겼다고 해서 '여왕의 대관식'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빅토리아연을 포함한 소위 '전설의 연꽃'이라 불리는 세계 최고 오래된 연꽃인 대하연 등을 주제로 해마다 부여서동연꽃축제가 7월에 열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취소돼 아쉬움을 주고 있다.
해가 저물고 난 뒤 궁남지의 야경은 홍콩의 야경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야간경관 100선에 선정된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궁남지는 주·야간 모두 아름다운 관광지다.
부여=김기태 기자 kkt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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