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100세로 이미 타계하신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겸허함'과 '맹렬한 결의'의 결합이라는 말을 떠올립니다. 겸허함과 맹렬한 결의 또는 겸허함과 열정이라는 것도 모순적 특성일 수 있는데, 이것을 결합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요. 그러나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은 마치 상반된 듯한 특성을 융합할 수 있는 것은 용광로 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 분은 용광로를 통해 모순의 융합을 이뤄내고, 그 결과는 놀라운 리더십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 것입니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주장하는 리더십도 겸손한 권위에 해당될 수 있으며, 덴마크의 교사가 얘기한 절묘한 균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조용한 카리스마' 또는 '유능제강(柔能制剛) 리더십'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지요. 카리스마의 핵심은 다른 사람을 따르게 하는 능력이어서 조용하게 발휘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상대를 존중하고 겸허함을 유지하면서 상대에게서 공감을 얻어내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효과를 볼 수 있겠지요. 또한 '유연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것도 만고의 진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머리로는 생각하면서도 막상 실천하지 못하며, 특히 선거로 리더십을 선택할 때는 조용한 카리스마나 유능제강 리더십은 크게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도 현실입니다.
따라서 리더십에 있어서 정치는 학교, 기업 등과는 구별되는 것 같습니다.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의 리더십 조건과 고정된 구성원과 오랫동안 마주하여 일정한 성과를 얻는 일반적인 리더십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에서는 선동이나 대중조작도 리더십 요건에 해당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 '절묘한 균형'이나 '겸허함과 열정의 결합'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중요한 리더는 남을 따르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리더는 항상 '나'보다는 '조직'의 힘을 믿고 팀워크를 통해 '나' 또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경영학의 그루 피터 드러커는 이미 오래 전에 "조직의 성공여부는 천재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그 조직의 평범한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비상한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했지요. 겸손함과 유연함을 통해 조직의 참여를 이끌어 내고, 여기에서 모아진 의견을 권위 있게 실천하는 것이 최선의 리더십이 아닐런지요?
염홍철 새마을운동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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