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양 미리 알고 알맞은 크기 용기 들고 가야
농산물, 빵등 일상 물품 대부분 일회용 비닐로 포장
중도일보는 기자가 직접 일상생활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체험해보고, 독자들과 그 방법과 공유하는 'REE-PORT:친환경 보고서'를 기획연재합니다.
REE-PORT는 Recycle(재활용), Eco-friendly(친환경)과 체험을 뜻하는 Experience의 앞글자를 딴 REE, 보고서를 뜻하는 Report를 합친 말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작은 걸음을 시작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 기자가 도전한 친환경 체험은 '제로웨이스트(zero-waste)'입니다. 기자의 체험기는 동영상으로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편집자 주>
기자가 분식을 포장하기 위해 미리 가져온 다회용기./김지윤 기자 |
온라인 쇼핑과 배달음식이 보편화 되면서 상품 포장재로 인한 쓰레기 처리도 골치거리다.
파손 방지를 위해 겹겹이 싼 에어캡(일명, 뽁뽁이)과 커다란 비닐 봉투, 일회용품 등을 처리하다 보면 하루 만에도 쓰레기통이 수북이 쌓이곤 한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플라스틱 배출량이 전년 대비 15.6% 증가했다.
이 같은 포장재를 줄이기 위해 최근 사회관계망(SNS)을 중심으로 '용기내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용기내' 챌린지는 음식을 포장하거나, 장을 보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비닐·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가정에서 다회용기를 가져가 식재료나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이다.
자신이 용기를 통해 구입한 물건을 찍고, #용기내 챌린지를 올리면 끝이다.
처음 포장을 한 음식은 국밥이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국밥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도 몰라 용기의 크기를 정하는 게 어려워 다회용기를 고르는 데만 10분이 걸렸다. 결국 집에서 냄비를 들고 갔다. 가게 주인은 냄비를 들고 오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큰 용기를 가져간 탓에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냄비를 들고 '찰랑찰랑' 가게를 걸어 나왔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했다.
주문한 음식이 다회용기에 담기는 모습. /김지윤기자 |
분식집에도 용기를 들고 갔다. 떡볶이와 김밥의 양은 어느 정도 가늠이 됐기 때문에 용기 크기를 선택하는 게 어렵지 않았다. 포장도 순조로웠다. 미리 챙겨간 용기에 딱 맞게 음식들이 담겼다. 무게도 그리 무겁지 않아 어렵지 않게 포장된 음식을 가져올 수 있었다. 음식의 양을 미리 인지하고 가니 생각보다 훨씬 편했다. 용기내 챌린지 이틀째.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들고 대형마트에 갔다.
'물건을 사고 담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식료품 진열대에 들어서자 단숨에 사라졌다. 채소, 과일 등 대부분의 식재료들이 비닐로 포장돼 있거나, 플라스틱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매장을 여러 번 둘러 봤지만 가지고 온 용기에 담을 수 있는 재료들은 많지 않았다. 이미 포장이 된 제품을 꺼내 용기에 담는다 한들 그 또한 비닐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식료품을 사는 걸 포기했다. 이러한 문제는 마트뿐만 아니었다. 집 근처 프렌차이즈 빵집을 방문했을 때도 대부분 빵이 비닐 포장이 돼 있었다. '내 빵만 비닐로 포장하지 말고 따로 둬달라'는 말을 하자니, 진상손님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대형마트 (아래) 프렌차이즈 빵집에서 식료품들이 포장 돼 있는 모습. /김지윤기자 |
해외에서는 식료품을 바나나잎, 대나무 잎으로 포장이 추세다.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파는 마트도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빠르고, 편리한 것을 선호하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일회용기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국, 시민들이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에 빠르게 동참하는 것과 함께 기업의 인식 변화 사회적 운동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대전 녹색연합 최윤영 활동가는 "물건을 사고 난 뒤 쓰레기 처리는 소비자의 몫이고, 최근에는 이런 포장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런 고객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환경 보호를 중요하시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wldbs120611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