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선 교수 |
올해 한국 언론이 꼴찌를 벗어났다. 조사대상 46개 나라 중 공동 38위를 기록했다. 전체 조사대상 국가의 뉴스 전반 신뢰도 평균은 44%인데 한국은 32%이다. 아직 평균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작년의 21% 수준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2~25% 수준을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언론의 뉴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신뢰도는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언론'을 가장 중요한 정보원으로 삼았다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인터넷에서 접하는 정보의 진위를 우려한다. 열 명 중 여섯이 그러하다. 한국인들은 '유투브'가 코로나19와 관련해 허위정보를 퍼뜨리는 가장 강력한 통로라고 답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페이스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인들은 소셜미디어 중에서 '유투브'를 통해 가장 많은 뉴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이용자들의 이념 성향 차원에서 볼 때 보수적 성향의 시민들의 유투브 뉴스 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한국인들의 뉴스를 이용하는 차이는 또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 직접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서 '뉴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핀란드의 경우 그 비율이 67%였다. 한국인들의 비율은 5%로 46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반면 포털을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한국이 72%로 가장 높았다. 핀란드는 15%에 불과했다.
한국인들은 포털이나 유투브를 통해 뉴스를 자주, 많이 소비한다. 동시에 포털이나 유투브가 허위정보를 가장 많이 유통시킨다는 불안과 우려를 갖고 있다. 포털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넘쳐나면서 언론사들도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한 유혹에 빠졌다. 한국의 언론은 대부분 독자를 거대한 포털의 뉴스 클릭자나 검색 뉴스 링크자로 빼앗기고 있다. 저널리즘 보고서에서 보듯이, 종이신문의 독자를 자기 언론사 홈페이지의 충성스러운 이용자로 견인하는 데 성공한 나라들이 있다. 우리 언론도 그렇게 할 수 없을까.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누구를 염두에 둘까. 경영을 무시할 수 없으나 경영진이 기사 작성의 우선 기준이 되면 곤란하다. 좋은 기사를 만들어 언론사 경영에 득이 되도록 하는 순서가 맞다. 포털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클릭 여부가 기사 생산의 기준인 것이야말로 언론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가장 불행한 일이다. 언론사 내부적으로 그런 조짐을 사전에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 비록 단 한 명일지라도 언론인은 자기 언론사의 '독자'를 떠올려야 한다. 그 독자를 위하여 그리고 그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기사를 작성한다면 언론사는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언론사의 깃발을 놓지 않고 흔들어야 포털에 가서 '아무나 뉴스'의 이용자가 되려는 언론 독자를 붙들 수 있다. 필자도 한 분의 성실한 독자를 떠올리며 그에게 부끄럽지 않은 칼럼을 쓰려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글 쓰고 공부하는 힘의 원천은 오롯이 한 사람의 독자다. 독자 한 사람이 언론사의 힘이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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