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선수가 지난달 30일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에서 2.28m를 뛰어 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트랙과 필드의 육상 전종목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긴 선수가 올림픽 결선에 진출한 것은 1996년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대전에서 육상을 처음 시작해 중·고교를 줄곧 대전에서 수학하며 높이뛰기에 전념한 그는 이제 대전과 대한민국을 세계에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우상혁은 대전 중리초등학교 4학년때 윤종형 감독에 눈에 띄어 높이뛰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우상혁을 데리고 그의 아버지는 교육청을 찾아가 운동하는 학교를 문의했고, 육상부가 있던 중리초 윤 감독과 인연을 맺는다. 우상혁은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1㎝ 작은 짝발이었고, 달리기에서 시간을 겨루는 것보다 왼발을 활용할 수 있는 높이뛰기에 유리했다.
당시 중리초 육상부 감독으로 우상혁을 품에 들여 높이뛰기를 지도한 윤종형 대전시육상연맹 실무국장은 "초등학교 6학년때 전국소년체전서 동메달을 땄는데 그때 상혁이는 키 157㎝으로 출전 선수 중 가장 작았으나 의지는 가장 강했다"라며 "지금도 몸무게를 크게 줄여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는데 근력은 강화하면서 몸은 가볍게하려는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라고 설명했다.
송촌중 육상팀에 진학한 우상혁은 38회 KBS전국육상경기대회에서 높이뛰기 1m 89를 뛰어 육상팀 창단 2년에 불과한 송촌중에 전국대회 금메달을 안겼다. 충남고 재학하던 2013년 세계청소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2m20을 기록,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본격적으로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우상혁이 높이뛰기 선수로써 올림픽 결선에 진출하는 데에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뛰는 것을 좋아하던 11살 우상혁이 육상선수가 되고 싶다고 하자 대전시교육청을 찾아가 좋은 코치를 소개해달라고 청하고, 중리초에 입학하도록 뒷바라지했다. 그가 육상선수로서 대회에 참가할 때 열일 제치고 아들의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우상혁은 2016 리우올림픽 때 2m26에 그쳐 예선 탈락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188㎝에 왼발로 도약해 배면뛰기로 바를 넘는 그는, 체중을 70㎏까지 감량했다. 지금은 국군체육부대에서 군 복무 중 올림픽에 출전한 그는 전역 후 다시 서천군청 육상팀으로 복귀해 1㎝ 더 높은 꿈을 이어갈 예정이다.
군 입대 전까지 우상혁을 지도한 서천군청 육상팀 감독은 "저와 함께 2016년 리우올림픽에 다녀왔을 때보다 우상혁 선수는 크게 성장했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라며 "육상에서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에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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