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사회적 약자라는 시각에서 부터, 오히려 여성으로 인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주장에서 온 '성별 논쟁'은 이제는 '페미', '한남'으로 대변되는 성별 혐오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대표의 머리에서 불붙은 '페미니스트' 논쟁, 그리고 커피회사와 편의점 회사의 '남성 비하' 논란까지 성별을 둘러싼 대결은 이제 정당의 정체성으로까지 이어진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디스토피아적 세계로 그린 '나는 왜 SF를 쓰는가'(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민음사 펴냄,444쪽)와 '82년생 김지영'의 작가의 신작 '우리가 쓴 것(조남주 지음, 민음사 펴냄, 368쪽)은 동서양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각을 담고 있다.
20대 초반에 데뷔해 80대인 지금까지도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나는 왜 SF를 쓰는가'는 SF가 무엇인지를 여러 문화적원으로 연구한 것은 물론 조지오웰과 올더스 헉슬리, 가즈오 이시구로 등 SF에 관한 비평들을 담았다. 책 말미에는 애투우드의 5편의 헌정 단편 소설을 담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디스토피아적 현실속에서의 여성의 삶이다. 헨리 라이더 해거드의 '그녀'는 늙었으면서도 젊고, 강력하면서도 무력하고, 아름다우면서도 흉측하고, 무덤들 사이에서 살아가며 불멸의 사랑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사악하지만 매혹적인 여자에 대한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1887년에 출간된 이책은 '결코 배신하지 않을' 유순한 어머니로서의 자연이 인정사엉없이 무자비한 존재에 대한 시대적 시각을 담고 있다.
애트우드는 오지오웰을 비롯한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소설이 남성 작가의 작품인 탓에 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소설속 여성 인물이 무성의 로봇같은 존재, 혹은 정권의 성 관련 규범에 저항하는 반역자로 등장한다고 지적한다.
오지오웰의 1984'에서 줄리아가, '멋진 신세계'에서 레니나, 예브게니 자먀찐의 '우리들'속 여성 모두 불온한 팜므파탈이다.
헌정 소설중 하나인 '아어아의 복숭아 여자들' 를 통해 독점욕이 강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남성적 시각의 여성에 대한 편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유다.
'나는 왜 SF를 쓰는가'는 이처럼 여성에 대한 혐오뿐 아니라 팬데믹, 기후 위기를 예견한다. 애트우드는 그러면서 이 같은 SF의 근원이 상상력이자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82년생 김지영의 작가 조남주의 첫 소설집 '우리가 쓴 것'은 이보다 더 현실적이고 직관적으로 한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삶을 보다 현실적으로 직관적으로 그려낸다.
여든살 노인부터 열세살 초등학생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여성들이 겪는 삶의 경험을 그린다.
1982년생을 중심으로 한 여성의 서사였던 '82년생 김지영'의 확장판이자 업데으트 된 '82년생 김지영'인 셈이다.
'여자아이는 자라서', '가출', '현남 오빠에게' 등 8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소설집은 가스라이팅을 비롯해 몰래카메라, 돌봄노동, 노년여성 등 여성의 삶을 통해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던 문제들을 다룬다.
작가는 잘못 알려진 것을 바로잡기 위해 '다르게'게 이야기하고, 잊었던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다시'이야기하는 여성 서사에 집중한다. '전체에서의 부분'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부분으로서의 전체'를 위해 여성들 개개인이 자신의 세계를 지속적으로 깨뜨려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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