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아들의 수술로 여행이 무산되고, 비행기표 마저 환불 받을 수 없게 되자 같은 영문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을 수소문 한다.
기대반 재미반으로 시작한 일은 실제로 디자이너를 전공하는 같은 이름을 가진 대학생이 나타나고, 이후 숙박비와 후쿠오카 교통권 등을 선물하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등장한다.
공항에 배웅나간 작가에게 대학생은 궁금했다. 왜 이런 호의가 자신에게 쏟아지는지. 그의 물음 작가는 말한다. "그냥, 당신이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 19팬더믹이 지난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따뜻한 시선과 공감으로 스스로의 '치유'를 돕는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스물 여섯에 성인 ADHD 진단을 받은 작가의 일상을 통해 완벽하지 못한 모자람에 관한 '젊은 ADHD의 슬픔'(정지음 지음, 민음사 펴냄, 248쪽), '김민섭 씨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김민섭 지음, 창비 펴냄, 272쪽), 스스로가 매일 스무알의 약을 복용하는 양극성장애 환자이면서 다른 정신질환자들을 만나온 정신질환에 관한 보고서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리단 지음, 반비 펴냄, 392쪽) 모두 부족한 자신을 드러내며 공감을 통해 '우리 모두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깜빡 잊어버리고 뭐든 잃어버리는 실수 투성이 삶에 익숙했던 저자가 성격적 개성이라고 생각했던 특성들이 사실은 질환의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복잡한 감정으로 시작하는 '젊은 ADHD위 슬픔'은 완벽과는 거리가 먼 저자를 통해 '불완전함'에 대한 책이다.
책한권, 영화 한편, 심지어 짧은 영상 크립에도 집중하지 못하며 '혹시 나도 ADHA?'를 걱정하며 남몰래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본적인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평범할 수 없는' 저자를 통해 누군가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고 그 기준에 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자신을 보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풀어놓으며 일상의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하 솔직하고 유쾌한 해법을 제시하는 저자는 '소비 충동을 이기지 못해 돈이 줄줄 새는 지갑을 지키는 법', '딴 생각에 빠져 청소를 시작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청소를 하도록 하는 법' 등 주위의 타박에 노출되기 쉬운 ADHD 환자를 위해 문제를 최소화하고 자존감을 지키는 노하루를 공유한다.
주의 산만을 자조하면서도 줏대를 일지 않고 자기 점검을 해 나가는 과정은 굳이 ADHD 환자가 아니라도 타인의 시선과 불화를 겪어 본 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는 정신질환 당사자이자 수많은 정신질환자들을 만나온 저자가 쓴 정신 질환에 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보고서다.
저자는 그 사신이 매일 스무알의 약을 복용해야 하는 양극성장애 환자인 동시에, 자조 모임을 조직하며 다른 환자들을 만나오고 수년간 정신질환에 관해 써온 작가다. 저자는 스스로 경험한 바와 다른 이들을 통해 배운 바를 토대로, 우울증에서 경계성인격장애와 조현병까지, 처음 정신과를 찾는 방법에서부터 지지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법까지 '정신질환이라는 세계'에 대한 통합적인 세밀화를 그려낸다.
그래서 저자는 '마음의 병' 같은 말로 돌려 말하는 대신 정신에 '병'이 생긴 상태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정신병'이라는 단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정신 질환에 덧씌워진 흥미 위주의 속설이나 오해를 걷어내고 우울증 환자가 경험하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조증 상태에서 겪는 경험의 실체는 단순히 기분이 들뜨는 상태와 무엇이 다른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의 인간 관계가 처하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폐쇄 병동에 입원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지를 아우른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는 제목처럼 동화같은 에피소트를 통해 이 사회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존감을 찾는 사소한 경험들을 얘기하고 있다.
대학의 권위적이고 답답한 분위기 속에서 먼지처럼 부유했던 작가는 영화표를 받으려고 시작했던 헌혈이 자신이 쓰는 글보다 다른 사람에겐 더욱 요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비로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자존감을 느낀다.
경미한 고통사고에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모욕'을 당한 후 그는 약자로서 상식을 견뎌온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고소를 진행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응원을 받는다.
책은 이처럼 모르는 이들의 모르는 이들을 위한 선의와 그를 통해 얻는 자존감의 회복에 말한다.
작은 일에도 '당신이 잘되면 좋겠다'는 선의를 불어넣을줄 아는 김민섭은 사소한 경험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감정으로도 스스로를 쓸모 있는, 어쩌면 사회에 필요한 존재라고 알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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