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유일한 피붙이인 누이 자인의 행복만을 바라며 산다. 어렵사리 맞이한 자인의 혼인날, 가장 행복한 순간에 불행이 그림자로 찾아온다. 청나라 정예부대(니루)의 습격으로 자인과 신랑 서군이 포로로 잡혀간다.
남이는 아버지가 남겨준 활에 의지해 청군의 심장부로 거침없이 전진한다. 귀신도 잡는 솜씨로 청나라 정예부대를 하나둘씩 처치하는 남이의 활 솜씨는 가히 신궁(神弓)에 가깝다.
남이는 그렇게 청나라 군사를 살상하면서 한 발 한 발 청군의 본거지로 접근해간다. 남이의 신묘한 활 솜씨를 알아챈 청의 명장 쥬신타는 왕자 도르곤과 부하들을 지키기 위해 남이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날아오는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 곡사를 사용하는 남이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육량시를 사용하는 쥬신타의 숨 막히는 결전이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최종병기 활'을 소환한 것은,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양궁에 이어 남자 양궁까지 이에 뒤질세라 금메달 레이스를 펼치고 있어서다. 오죽했으면 외신에서조차 "선수들의 이름은 바뀔 수 있겠지만, 한국 여자양궁의 '통치'(domination)는 계속될 것이다"라는 극찬까지 쏟아냈을까.
7월 27일부터 대전은 다시금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었다. 이로 인해 한시름 풀리는가 보다 싶었던 자영업자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졌다. 바다와 계곡으로 피서를 도모했던 시민들도 꾸렸던 짐을 도로 풀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잇따른 코로나 백신 예약의 접속 지연과 오류, 먹통 따위의 혼란은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짜증까지 가중시키는 악재로 고착화된 지 오래다. 당최 살맛이 안 나는 즈음이다.
이런 때 한국양궁은 시원한 소나기처럼 찾아와 국민들 심신을 시원하게 적셔주었다. 애국자가 따로 없다. 한국 남녀 양궁선수들이 다 애국자다.
그들의 쾌거는 코로나의 압제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느낌이었으며, 덩달아 무더위까지 말끔하게 해소해 주는 치료제였기 때문이다. 우리 양궁이 이처럼 독보적으로 빛나는 데는 다 까닭이 존재한다.
압도적 승리의 비결은 남녀 모두 선발 과정의 공정한 경쟁과 준비 과정의 철저한 디테일 덕분이다. 한국 양궁팀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3차례의 평가전으로 남녀 각 8명을 뽑았다.
이어 선수촌에서 함께 합숙 훈련하면서 다시 2차례의 평가전으로 각 3명을 최종 선발했다. 과거 기존 대표 선수는 1, 2차전을 면제해 줬지만 이번엔 그런 특혜도 없앴다. 이렇게 살아남은 선수들은 치밀한 실전 훈련에 돌입했다.
선수들은 5월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과 똑같이 만든 훈련장에서 활을 쐈다고 한다. 이처럼 실전과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맹훈련을 거듭한 결과가 결국엔 선과(善果)로 나타난 것이다.
특히 우리의 여자양궁은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서울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고 9연패를 이뤄냈다는 우뚝한 기념비까지 썼다.
이런 걸 보고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하는 것 아닐까. 정말이지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코로나 19의 최종병기(最終兵器)는 단연 치료 백신의 안정적 수급과 빠른 접종이다.
세계 최고인 우리 양궁 수준에 걸맞은 코로나 백신의 수급 원활과 단기간 접종이 이뤄지길, 그래서 국민적 불만과 불안까지 일거에 잠재워주길 기대한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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