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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2시 15분께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대교 위에서 건설노동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다. 임효인 기자 |
#1.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에 이른 지난 27일 오후 2시 15분께. 대전 유성구 봉명동 유성대교 위엔 편도 5차선 중 3개 차선을 막고 보수보강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굴착기와 트럭 등 장비를 이용한 작업과 함께 한쪽에선 노동자 서너 명이 바닥에 앉아 도로 표면을 매끄럽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에 노동자들은 긴팔에 긴바지를 입고 있었으며 턱 아래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현장에 있던 한 노동자는 "작업중지 시간에 대해 들은 건 없다"며 "덥긴 하지만 공사를 해야 하니까 물과 소금을 마시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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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폭염 속 도로에 앉아 작업을 진행 중인 모습. |
#2. 같은 날 오후 2시 45분께 유성구 도룡동 대전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공사 현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크레인을 타고 건물 외벽 공사를 하는 모습이 군데군데 보였고 건물 내부에서도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그늘 밑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지만 더위를 피할 수는 없었다. 공사를 진행하는 시공사 한 직원은 "지붕 위 작업은 새벽부터 시작해 오후 1시께 끝나도록 하고 있다"며 "지붕 아래서 진행하는 작업은 2시간 노동 후 30분 휴식과 시원한 물을 마시면서 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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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국제전시컨벤션센터 외벽 공사 중인 모습 |
문재인 대통령이 연일 잇따르는 폭염에 무더위 시간대 공사 일시 중지 등 조치 강구를 주문했지만 대전 곳곳에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공공부문이 발주한 건설현장부터 모범을 보일 것을 당부했지만 지켜지지 않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적·보좌관 회의에서 공사현장 폭염 대비에 만전을 기울일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 여름 더위가 평년에 비해 이르고 지속되는 데 대해 "낮 시간 옥외현장에서 장시간 노동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폭염에 취약한 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공공부문이 발주한 공사현장에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후 2시부터 5시까지인 무더위 시간대 공사 중지에 대해 앞서 고용노동부도 폭염 땐 옥외작업을 중지하고 발주자는 공사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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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구 한 민간 발주 건설현장 모습. |
그러나 대전 곳곳에서 공공부문이 발주한 공사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유성대교 보수보강공사와 대전국제전시컨벤션센터를 비롯해 대전시가 발주한 물순환 선도도시 조성 사업 등 공사가 그대로 진행 중이었다. 민간이 발주한 공사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자들은 건물 안팎에서 평소와 다르게 공사를 진행 중이었으며 공사 시간 중지에 대해서도 들은 게 없다고 전했다.
복수의 대전시 관계자는 "행정안전부 지침을 대전시와 5개 자치구·공사공단에 공유했고 지난 21일에도 열사병 예방 이행가이드 철저 이행에 대한 내용을 현장에 전달했다"며 "유성대교 공사는 시급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공사현장에서 권고사항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담당자들이 수시로 나가서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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